최근 파키스탄 상원이 신성모독에 대한 처벌을 최고 종신형으로 처벌을 강화해 파키스탄 기독교 단체와 시민사회 단체들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8월 11일 영국기독교인권단체 세계기독교인연대(CSW)가 전했다.
지난 8월 7일 파키스탄 상원에서 신성모독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2023년 형법 개정안’(The Criminal laws Amendment Act 2023)이, 같은 날 파키스탄 하원과 의원에서는 ‘소수자를 위한 국가위원회 2023년 법안’(National Commission for Minorities Bill 2023)이 통과됐다.
2023년 형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동지들, 아내, 가족 등을 모욕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기존의 3년형에서 최소 10년 이상 최고 종신형으로 상향된다. 더불어 신성모독에 대한 처벌에는 최고 100만 루피(약 470만원)의 벌금도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파키스탄 형법상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신성모독죄의 경우는 최고 사형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1980년대에 서로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분쟁을 막기 위해 제정됐던 신성모독 금지령이 사실상 소수 종교를 가진 이들의 신앙을 억압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종교 박해와 인권 침해를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암살이나 테러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11년에는 파키스탄 펀자브주에서 살만 타세르(Salman Taseer) 주지사가 신성모독법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가 경호원에게 암살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같은 해 기독교인 아시아 비비(Asia Bibi)가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신성모독 혐의로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아 사형수로 복역하다가,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CSW 측은 “이 형법 개정안은 소수 종교인에 대한 인권 침해를 부추기고 소수 종교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어 파키스탄의 시민사회와 기독교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 통과된 소수자를 위한 국가위원회의 법안은 국가인권기구가 가져야 할 기본 원칙을 제시한 유엔 파리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소수자를 보호할 기본적인 권리를 전혀 증진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신성모독에 대해 거짓으로 고발하거나 거짓으로 증언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이 존재하지 않아, 그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CSW 머빈 토마스 회장은 “기존의 신성모독법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보여주는 압도적인 증거와 초법적 살인, 거짓에 근거한 수많은 폭력 사건들이 존재함에도, 신성모독법을 더욱 강화한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특히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할 국가위원회가 소수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취약한 소수 민족 공동체를 위한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고 국가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보장하라고 파키스탄 정부를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