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도 못 들어오는 좁은 골목에 살다 보니 늦은 밤에 귀가할 땐 경호원이라도 있으면 안심이 되겠더라고요.”
서울 동작구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신모 씨(28·여)는 최근 수도권에서 연이어 발생한 흉악범죄 소식을 접한 후 불안한 마음에 사설 경호업체에서 신변보호 상담을 받았다. 그는 “매주 1, 2번은 일이 자정 무렵에 끝나는데 퇴근할 때마다 무슨 일을 당하는 건 아닌가 불안이 커졌다”고 했다. 경호업체에선 동행 귀가 서비스 한 번에 10만 원을 내라고 했다. 신 씨는 “비용 때문에 매번 이용할 순 없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정 불안할 때 의뢰하는 걸 고민 중”이라고 했다.
최근 흉기난동과 살인예고 글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이 사설 경호업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안심 귀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 “개인 경호 문의 최근 2, 3배로 늘어”
경기 광주시에 거주하는 박모 씨(42)는 외동딸(11)의 귀갓길이 걱정돼 사설 경호업체 상담을 받기로 했다. 박 씨는 “남편은 외국에서 일하고 친정도 지방에 있다”며 “퇴근이 늦어지면 초등학생 딸이 저녁에 혼자 귀가해야 하는 상황이라 경호업체 이용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경호업체들은 최근 흉기난동 등으로 개인 경호 문의가 대폭 늘었다고 했다. 인천에서 사설 경호업체를 운영하는 이두훈 씨(39)는 “단체 행사 경호가 업무의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개인 고객 경호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지난달과 비교하면 2, 3배 가까이로 늘었다”고 말했다. 다른 사설 경호업체 관계자도 “최근에도 맞벌이하는 부모가 자녀가 걱정된다며 경호를 문의해 왔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불안을 감안해 경호인력을 배치한 학원도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학원 관계자는 “최근 대치동에서 재수종합반 학생을 대상으로 흉기난동을 벌이겠다는 예고글이 올라온 후 사설 업체에 경호를 의뢰했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얼마 안 남은 예민한 시기에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을 덜고 위험을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 안심귀가스카우트 이용하고 ‘귀가팟’ 모집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귀가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귀가 시간과 도착지를 지정해 신청하면 서울시가 관리하는 안전 요원(스카우트)들이 집 앞까지 동행해 주는‘안심귀가스카우트’를 운영 중이다. 2013년에 시작된 이 서비스를 ‘서울 안심이’ 앱을 통해 신청한 사람은 2021년 2060명, 지난해 2046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7월까지 3846명이나 신청했다.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 씨(29·여)는 “요즘 뉴스를 보면 마음 같아서는 아예 밖에 안 나가고 싶다. 하지만 회사를 안갈 수는 없으니 주중 퇴근길에 안심귀가서비스를 적극 이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 외에도 경기, 인천, 대전 등에서도 주민들에게 안심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끼리 함께 귀가하는 이른바 ‘귀가팟(귀가파트너)’ 모임도 늘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A 씨는(31·여)는 “최근 같은 오피스텔 입주자끼리 지하철 역 출입구에서 만나 같이 귀가하자는 공지를 올렸다”며 “당분간 혼자서 귀가하는 건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미송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