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지난달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 공격이 자국군의 무인 보트(해상 드론)에 의해 진행됐음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우크라이나보안국(SBU)은 최근 CNN 방송을 통해 지난달 17일 실험용 수상 드론을 이용해 크림대교를 공격한 순간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공격은 앞으로도 더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영상에는 수상 드론이 크름대교 교각으로 서서히 접근하는 모습과 이후 두 차례의 폭발 장면이 담겼습니다.
드론 한 대가 교량의 도로 구간에 충돌하며 폭발했고, 약 5분 후 반대 방향에서 접근한 또 다른 드론이 2차 폭발을 일으킵니다. 이날 공격으로 크름대교 교량 일부가 파괴됐으며 민간인 2명이 사망했습니다.
바실 말리우크 SBU 국장은 CNN 인터뷰에서 “민간 기업의 참여 없이 ‘시 베이비(Sea Baby)’로 불리는 수상 드론을 자체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드론은 지난달 크름대교를 공격할 당시 850kg 탄두를 탑재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말리우크 국장은 크름대교 공격이 몇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수행됐고, SBU와 우크라이나 해군이 합동 작전을 펼쳤다고 설명했습니다.
■ 정보기관 공식 인정 이례적
지난달 크름대교 공격 후 일부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공격 사실을 시인하긴 했지만, 정보기관이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CNN은 “SBU가 공개적으로 작전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하고 “러시아에 새 드론의 공격력을 경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해설했습니다.
2018년 개통한 크름대교는 지난 2014년 병합 처리된 크름반도 점령을 상징하는 곳으로 여겨졌습니다.
또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표적이 됐습니다.
말리우크 국장은 최근 흑해 일대에서 러시아 군함과 유조선이 공격을 받은 것 역시 ‘시 베이비’를 활용한 작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지난달 17일 자정(18일 0시) 흑해 곡물 협정 종료 후 다시 흑해를 봉쇄하자, 러시아의 군함과 유조선을 잇따라 타격하는 등 최근 들어 흑해 일대에서 대담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4일 새벽 러시아의 흑해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 해군기지에서 러시아의 군함을 공격한 데 이어, 같은 날 밤 크름반도 인근 케르치해협에서도 러시아의 유조선 SIG호를 타격했습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항을 잇따라 공격하며 곡물 수출을 방해하자 이에 대한 ‘보복 공격’을 벌인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 추가 공격 예고
말리우크 국장은 “더 많은 공격이 뒤따를 것”이라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흑해 해역을 포함해 여러가지 흥미로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우리의 적(러시아)에게 흥미로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말리우크 국장은 또한 해상 드론이 우크라이나 내 지하 생산시설에서 자체 개발·생산됐으며, 드론의 공격 대상 역시 군사 관련 시설로 “국제법상 합법적인 표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동맹국이 지원한 무기가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무기로 러시아를 타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