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국회나 지방의회에 동성애 관련 법안과 조례들이 계속해서 상정되고 있습니다. 과거 전라북도의회의 결의가 한 차례 방파제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철저한 경계와 대비가 필요합니다. 저 역시 힘을 다해 돕겠습니다.”
나인권 장로(김제 새순교회)는 전라북도의회의 재선의원이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김제시 광역의원으로 당선되어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는 중이다.
나 장로가 유명해진 것은 초선의원 시절인 2020년 7월 16일 도의회 임시회 석상에서의 발언 때문이었다. 당시 회의에 상정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결의안’은 압도적인 찬성이 예상되고 있었다. 같은 날 다른 지방의회에서는 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실제로 통과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나인권 장로가 반대발언을 신청하면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한 2분간의 반대발언은 동료들의 표심까지 설득했다. 결국 찬성표의 2배에 이르는 반대표가 나오면서 결의안은 부결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교계는 물론이고 정치권 전체의 화제가 됐고, 그 주역이었던 나 장로는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후폭풍은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집회가 열리는 자리마다 우선 초청자로 각광 받았고, 각종 언론인터뷰가 쇄도했으며, 총회와 김제노회로부터 각각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의 시간이 흐른 요즘 나 장로는 여전히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재선의원이 되면서 도의회에서 농산업경제위원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아 각종 회의와 현장답사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기자와 만난 당일에도 전 세계 155개국에서 참가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도록 힘을 보태고 있었다.
“180만 전북도민들의 먹을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중대한 과업들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시대에 지속가능한 농업과 소상공업 그리고 관광산업의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관계기관과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 머리를 맞대며, 건설적인 대안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이와 관련해 나 장로가 발의해 통과시킨 지역우수상품우선구매 조례나, 새만금 일대의 천혜 환경을 활용한 항공·수상 스포츠레저산업 개발 정책들은 꽤 의미 있는 성과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동분서주하는 가운데에도 기독정치인으로서 정체성을 지켜나가며 마땅히 감당해야 할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가장 우선순위에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동성애 관련법을 막아내는 것은 여전히 긴장되고 힘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 부분에 힘을 보태는 동료들도 여럿 생겼기에 더 이상 외롭지만은 않다.
“며칠 전 국회의원 김회재 장로님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습니다. 같은 당적에다,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 깊이 공감하며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기독정치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자는 다짐과 응원을 서로 주고받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나인권 장로는 차제에 한국교회가 능력과 신망을 갖춘 기독정치인들을 발굴하고 배출하는 일에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더불어 한국교회가 동성애나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이슈들로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를 상대할 때에도, 일방적인 신앙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관점에서 상대를 설득하는 논리들을 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기독학생면려회(SCE) 학생회장 출신이자 전국기독청장년면려회(CE) 회장 출신으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신앙선배의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는 것이 나인권 장로의 소망이다. 차별금지법 이슈가 하나의 인생 포인트가 되기는 했지만, 앞으로의 시간들이 자신에게나 대한민국 사회에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이 시대를 위해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존재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십시오. 저 역시 제게 주어진 기회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