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보살펴주길” < 우리시대의 크리스천 < 크리스천+ < 기사본문



최상규 장로가 보육원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선한울타리 사업설명회를 하고 있다.
최상규 장로가 보육원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선한울타리 사업설명회를 하고 있다.


최상규 장로(샘물교회)가 보육원 출신 자립준비청년에게 관심을 가진 건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이다. 2014년 1월, 조간신문 사회면 기사를 통해 보육원의 아이들이 만 18세가 되면 퇴소해야 한다는 사실을 접했다. 앞서 최 장로는 샘물교회 입양사랑부 가정을 비롯한 성도들과 경북 김천의 임마누엘영육아원 아이들을 돕고 있었지만, 보육원의 보호종료 기한에 관해 자세히 몰랐다.


그때부터 최상규 장로는 보육원을 벗어난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해 알아봤다. 아이들은 보육원을 퇴소할 때 자립정착금을 받긴 하지만, 주거지를 구하기 어려웠고 취업도 쉽지 않았다. 비정규직이나 유흥업에 종사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일부는 범죄의 표적이 된다는 안타까운 뉴스도 보았다.


“만약 제 아이가 18세가 됐을 때 집에서 나가라고 한다면 어떻게 살지 상상해봤죠. 한참을 고민하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기도가 나왔어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교회 입양사랑부 가족들과 구체적으로 돕는 길을 찾아보기 시작했죠.”


선한울타리를 설립한 최상규 장로가 사역의 핵심은 교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역 정신만 공유할 뿐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일은 선한울타리 사역도 샘물교회 사역도 아닌, 동역하는 교회의 사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한울타리를 설립한 최상규 장로가 사역의 핵심은 교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역 정신만 공유할 뿐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일은 선한울타리 사역도 샘물교회 사역도 아닌, 동역하는 교회의 사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규 장로는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업가답게 일 처리가 빠르고 성격도 급하다. 하지만 이 일을 준비하면서 그는 인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하나님의 음성을 기다렸다. 최 장로가 기도만 하고 있으니, 입양사랑부 가족들은 답답하기만 했다. 오죽했으면 집사 중 한 명이 내년에 임마누엘영육아원을 퇴소하는 아이 2명을 분당으로 데리고 오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반가운 통보였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을 주셨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다고 확신했죠. 교회에서도 성도들에게 후원 홍보를 해줬어요. 2015년 2월에 아이들을 위한 원룸을 분당 수내동에 마련했습니다. 정말 시작은 미약했죠.”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돕는 비영리단체 ‘선한울타리’의 출발은 이랬다. 당시만 해도 그들의 사역이 지금처럼 커질지 몰랐다. 최상규 장로를 비롯해 입양사랑부 가족들이 홍보를 한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선한울타리 사역은 샘물교회 성도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갔다. 지구촌교회를 시작으로 현재 예수향남교회, 남서울은혜교회, 온누리교회, 창일교회, 죽전우리교회 등 15개 교회가 동역하고 있다.


이처럼 사역이 확산됐지만 선한울타리는 여전히 사무실도 없고 간사도 없다. 후원금 중 고정비 지출은 0원, 100%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사용한다. 최 장로는 선한울타리의 법인 전환을 제안을 받았지만,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역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교회이기 때문이다.


“선한울타리 사역의 핵심은 교회에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성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보육원에서부터 약속을 저버리는 어른들에게 숱하게 경험했어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행할 곳은 교회밖에 없어요.”


최상규 장로가 교회에서 사역설명회를 열고 보육원 퇴소 자립청년 지원 사역을 소개하고 있다.
최상규 장로가 교회에서 사역설명회를 열고 보육원 퇴소 자립청년 지원 사역을 소개하고 있다.


기한 없는 멘토링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동행하는 원동력이다. 샘물교회의 경우 45명의 자립준비청년이 멘토와 멘티 관계를 맺고 있다. 멘토는 신앙생활과 자립준비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또 울타리팀에서는 2주에 한 번씩 아이들과 장보기를 하고, 아이들 숙소를 관리해 준다. 아울러 신앙훈련, 주거지원, 취업지원, 교육지원, 자립훈련, 법률 및 의료 지원까지 선한울타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하게끔 돕는다.


최상규 장로는 9년간 선한울타리 사역을 하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9년 동안 사역하면서 느낀 점 중 확실한 것은 선한울타리와 결연한 아이들과 결연하지 않은 아이들의 삶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지역 내 보육원과 교회가 결연 맺는 게 선한울타리와 최상규 장로의 꿈이다. 국내 보육원 수는 200여 개이고 한 해 보육원을 퇴소하는 아이들은 1700~2500명이다. 5만개가 넘는 한국교회 중 200개 교회가 보육원과 결연을 맺는다면, 자립준비청년을 온전히 지원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보호종료 나이가 18세에서 24세로 연장됐다. 터무니없는 꿈이 아니다.


최상규 장로는 선한울타리 사역에 하나님의 포기하지 않는 사랑을 경험한 교회와 성도들의 함께 하길 기대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길 잃은 양 한 마리에 집중해줬으면 좋겠어요. 길 잃은 양이었던 우리를 예수님이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크신 사랑을 받은 교회와 성도가 자립준비청년들을 품기를 바랍니다.”


▲선한울타리 동역 문의: 010-6285-3885(최상규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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