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원지위법 등 반드시 개정
야당, 법개정 전향적 임해주길 요청”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이 “교사의 권리와 지위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교원지위법 등 관련 법률을 반드시 개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서울 서초구 초1 교사 사망사건 이후 교권이 무너졌다는 우려가 커지자 강력한 교권 보호 대책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이 부총리는 본보에 “무너진 교권의 회복 없이는 공교육 정상화도 어렵다는 인식을 교육부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교권침해 학생 징계 조치사항을 학교생활부(학생부)에 기록하는 법 개정에 다소 유보적인 입장인 야당을 향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권 회복의 중요성을 국민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전향적으로 법 개정 문제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부에 교권 침해를 기록하는 방안이 이른 시일 내에 강력히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교권 침해를 학생부에 기록하는 교원지위법, 합법적인 학생 지도 활동에는 아동학대죄 적용을 배제하는 초중등교원법 개정안 등이 발의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의 권한과 면책 사유가 법에 명시되면 ‘학생인권조례’ 개정에도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 개정은 시도교육감과 광역의회에 권한이 있다. 이들이 개정을 거부하면 조례를 고칠 수 없다. 이에 교육부는 조례의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해 조례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교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바뀌면 이에 어긋나는 조례는 힘을 잃는다. 정부 여당은 26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교권보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추도식과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교권 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 모인 이들은
“특정 단체나 노조가 주도한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뉴시스
학생인권조례, 교육감이 개정 거부땐 상위법 고쳐 개선 추진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진보 교육감들 “학생인권 보호” 제정
교사의 정당한 학생지도까지 막혀… 교육부 “기울어진 운동장 고쳐야”
野 “학생인권조례 탓 몰고가면 안돼”
올해 초 경기의 한 초교에서는 ‘칭찬 스티커’를 못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아이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담임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부모가 이런 ‘악성 민원’을 할 수 있는 배경으로 ‘학생인권조례’가 꼽힌다. 이 조례는 2010년부터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 6개 광역시도로 확대됐다.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 인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이나 최소한의 생활 지도마저 학생 인권 침해로 몰고 가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 “학생 인권-교권, 기울어진 운동장”
경기는 학생인권조례가 가장 강력한 지역으로 꼽힌다. 2021년 11월 신설된 조항에는 ‘상벌점제를 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기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범을 배우는 곳인데, 학생들에게 어떤 훈육도 할 수 없게 손발을 묶어놨다”고 토로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내세운 교권 침해 사례는 현장에서 잇따르고 있다. 조례에는 ‘휴식권’이 보장돼 있다. 지난해 10월 한 초교에서는 수업 중에 자는 학생을 교사가 깨우자 학생이 교사에게 교과서를 두 차례 집어던졌다. 이달 한 초교에서는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이 담긴 욕설을 하자 교사가 훈육했더니 학부모들이 교사 교체와 사과문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학생 인권 중심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교육 환경을 바로잡고 교권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교육감들 스스로가 이를 개정하지 않으면 ‘상위법 개정’으로 조례 개정을 압박하겠다는 것이 교육 당국의 기류다.
● 교사도 ‘방패’ 필요… 野 협조 관건
상위법이 개정되면 이와 충돌되는 학생인권조례도 수정될 수밖에 없다. 현재는 학생과 학부모가 교권을 침해한 뒤 학생인권조례에 있는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법적 근거로 내세우면 교사는 딱히 대응할 방안이 없다. 현행 교원지위법 등에는 이를 방어할 만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해 학생 즉시 분리, 아동 학대 면책 등 교권 조항이 강화되면 교사에게도 ‘방패’가 생기는 셈이다.
법이 개정되면 교권 침해 상황이 소송으로 이어질 때도 변화가 생긴다. ‘상위 법률’인 교원지위법이 교사의 권한과 지위를 강력히 규정하면 ‘하위 조례’인 학생인권조례는 교원지위법에 배치되는 한 무효다. 이것이 대법원의 판례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교원권리법’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쫓아낼 권리, 학생 훈육에 학부모 참여를 요구할 권리, 교원이 경솔한 소송을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보장하고 있다.
문제는 야당의 협조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교권 침해를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단순 접근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교권과 학생 인권을 서로 충돌하는 제로섬 관계가 아닌, 함께 지키고 신장해야 할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뉴욕시의 ‘K-12 학생 권리 및 책임 장전’은 명예 훼손 및 타인의 학습권 침해 금지 등 24개 조항을 학생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 역시 중요하고, 이를 침해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조례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