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만연한 세상에 ‘함께’를 이야기하다 < 영화 < 문화 < 기사본문





“하나님이 만물의 주인이신데 왜 이 세상에 가난이 존재할까요? 그들은 이 세상이 전부인 사람들에게 천국을 알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해요. 가난한 사람을 만나고 도울 때야 비로소 우리는 ‘내가 가난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영화 <아버지의 마음>은 6·25전쟁 당시 한국 전쟁고아를 도우며 시작된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의 설립자 에버렛 스완슨 목사와 오늘날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를 잃은 르완다 청년 메소드, 아들을 잃은 한국 아버지 황태환, 엄마를 잃은 필리핀 소녀 나탈리까지, 세상의 기준으로는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들이 서로 만나 연결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기적의 이야기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한국군과 미군들 그리고 전쟁 포로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스완슨 목사는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한국 아이들의 현실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한다.


유튜브 <비글부부> 채널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하준파파’ 황태환 대표(에이치유지)는 2020년 생후 6개월 된 둘째 아들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냈다. 그는 이후 필리핀에서 자신처럼 갑작스럽게 엄마를 잃은 소녀 나탈리를 만나 아픔을 나누며 천국을 향한 약속을 주고받는다.




1994년 르완다에서 일어난 투치족에 대한 제노사이드 당시 4살이었던 메소드는 어린 나이에 가족들이 후투족에게 죽어 나가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해야만 했다. 기적처럼 살아남은 그는 평생 복수를 다짐하지만, 자신을 돕는 후원자를 만나고 깊은 상처와 고통에서 회복된다.


<아버지의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주제는 바로 ‘행복’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주고받으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들의 삶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메소드와 후원자 부부의 만남, 나탈리와 황태환의 만남,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이 된 에버렛 스완슨의 이야기까지. <아버지의 마음>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돕는 사람도 도움받는 사람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지점을 보여준다.


영화는 2020년 시작해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 미국, 르완다를 오가는 긴 여정 끝에 완성된 다큐멘터리다. 배우 신애라의 따뜻한 목소리에 맞춰 그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도 어느새 그들과 같이 뜻밖의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하이라이트는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한 메소드가 지구의 반대편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후원해준 미국의 제니퍼, 러스티 부부와 28년 만에 상봉하는 장면이다. 기적처럼 성사된 그들의 만남을 통해 진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더 나아가 70년 전 스완슨 목사에게 전쟁고아를 목격하게 하신 뒤 하나님께서 들려주신 음성, “What are you going to do?”(이젠 무슨 일을 할 거니?)를 전하며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도 행복을 찾는 여정에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다.




이 영화는 그동안 <제자, 옥한흠> <중독> <부활: 그 증거> 등 꾸준히 크리스천들에게 울림과 감동을 주는 작품을 선보여온 김상철 감독의 후속작이다. 목사이기도 한 김 감독은 <제자, 옥한흠>에서는 자성과 성찰의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던 한국교회를 향해, <중독> 당시에는 현대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중독 현상을 살피며 복음 안에 진정한 회복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던 2020년에는 <부활: 그 증거>를 통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도 모두가 함께 소망을 꿈꾸게 했다.


이처럼 작품으로 그 시대에 필요한 기독교적 가치를 전해온 그가 이번 <아버지의 마음>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지금까지 한국 기독교 안에서 ‘성도들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가르치는 입장의 작품들을 만들어왔다면, 이번 영화는 신앙인과 비신앙인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고 싶은, 대화하고 싶은 영화라고 볼 수 있다”며 “만연한 경쟁으로 행복을 잃고 살아가는 이 시대에 모두가 함께 걸을 수 있는 ‘행복 찾기’의 길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연뿐 아니라 자비를 들여 세계 곳곳을 다니며 촬영에도 함께한 황태환 대표는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행복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황 대표는 “행복은 누가 더 가진 자인지를 떠나서 누구나 줄 수 있는 자격도 있고 받을 수 있는 자격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하나님께서 나를 바라보시는 눈빛이 이렇겠구나’를 느꼈고, 아이를 잡아주는 손에서 ‘하나님께서 나를 잡아주시는 손이 이렇겠구나’를 경험했다. 만나는 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따뜻하고 포근한 사랑을 받고 살아가고 있음을 깊이 체험하는 여정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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