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도 무더위와 강하게 내리쬐는 뙤약볕도 동성애를 위시한 성혁명의 파도를 막기 위해 방파제를 쌓는 이들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2023 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대회장:오정호 목사)라는 이름으로 15만명(주최 측 추산)의 한국교회 성도들이 집결했다. 매년 여름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국민대회를 열다 올해부터는 동성애·퀴어축제 반대만이 아니라 포괄적차별금지법,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성혁명 교과과정 반대, 학생인권조례 등에 함께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통합국민대회로 확대됐다.
본 대회에 앞서 열린 기도회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 합동 부총회장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가 대회장으로서 말씀을 전했다. 오 목사는 “우리는 하나님의 사람, 다윗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조국을 위해 평안을 구하자. 뜨거운 가슴과 눈물로 기도하는 오늘 이 자리가 모세의 시내산, 엘리야의 갈멜산이 될 줄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자유를 하나님의 뜻대로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나. 에덴동산을 유린하던 사탄이 우리 대한민국 가정을 뿌리채 흔들어 놓고 있다.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면서 사상전쟁, 중독전쟁, 성혁명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을 지키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하나님께서 쓰시는 거룩한 방파제로 올려드리는 믿음을 요구했다. 끝으로 거룩한 방파제는 정의의 방파제, 믿음의 방파제, 사랑의 방파제, 화평의 방파제임을 강조하고, “우리 자녀와 미래세대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죄를 죄라고 말씀하실 때 아멘으로 순종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권면했다. 이에 두 손을 들어 “나는 대한민국의 거룩한 방파제입니다!”를 외치며 화답한 참석자들은 △포괄적차별금지법 △동성애퀴어축제 △성혁명교육과정 △국가인권기본계획 △학생인권조례 등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협하는 성혁명의 파도에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하고 합심해 기도했다.
본 대회는 오정호 대회장의 개회 선언에 이어 예장통합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가 대회사를 전했다. 김 목사는 “우리는 결코 동성애자들을 혐오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남의 일처럼 외면하거나 방관하면 미래가 무너진다”며 “우리가 끝까지 거룩한 방파제가 되어 멸망의 길로 가고 있는 저들의 걸음을 막아서자”고 호소했다. 이어 각 교단을 대표해 공동대회장에 이름을 올린 박경배 목사(예장백석)와 김봉준 목사(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김찬호 감독(기독교대한감리회)이 격려사를 전했다. 계속해서 목회자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서 동성애의 실상과 폐해를 소개하고 차별금지법이 가진 독소조항 및 부당성을 알리며 동성애·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이유를 시민들을 향해 설명했다. 주최 측은 현장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도 “국민들의 건강과 가정, 사회 및 국가의 건강한 미래를 파괴하는 퀴어행사의 개최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등 성혁명 획책 시도가 완전히 뿌리 뽑힐 때까지 다수의 깨어난 국민들과 끝까지 단호하게 싸워 전세계를 오염시키는 쓰나미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자유와 건강을 반드시 지켜내는 거룩한 방파제를 반드시 구축할 것”을 천명했다.
본 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대한문에서 시작해 충정로와 서대문을 거치는 퍼레이드에 참여해 동성애 반대 구호를 외치며 거리의 시민들을 마주했다. 저마다 손에 든 피켓과 청년들이 높이든 파란 깃발에는 ‘동성결혼 NO!’ ‘차별금지법 결사 반대’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도심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이들은 문화공연을 즐기는 것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한낮에 시작한 행사는 식전 공연에서부터 특별기도회와 본 대회, 퍼레이드와 문화공연까지 장장 7시간 동안 쉴새없이 이어진 끝에 해질녘이 돼서야 끝났다.
한편 같은 시각 인근에서는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이하 퀴어축제)가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2015년부터 줄곧 서울광장에서 열려온 퀴어축제는 앞서 조직위가 지난 4월 서울시에 광장 사용을 신고했으나 같은 날짜에 신고된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에 우선순위에 밀려 불허된 바 있다. 결국 올해 행사는 을지로2가 일대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이곳에는 주최 측 추산 5만명이 모였다.
오전부터 차려진 60개에 가까운 부스에는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메시지가 내걸렸다. 무지개색 소품을 비롯해 각양각색으로 꾸민 참가자들은 무대 공연과 부스 체험 등 축제를 즐겼다. 앞선 행사에서 신체 과다 노출 등으로 제재를 받았던 만큼 과거보다는 선정성은 덜했지만 여전히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참가한 이들도 보였다. 특히 바로 옆에 명동이 위치한 까닭에 평소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퀴어축제 역시 메인 이벤트는 퍼레이드였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도심 거리를 걸으며 평소에는 보이지 못했던 자신들의 본모습을 세상에 마음껏 내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춤추고 환호하며 걷는 수만의 행렬 곳곳에는 무지갯빛 깃발이 나부꼈고, 이들 또한 명동과 소공동, 종각을 돌며 주말 시내에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경로 도중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 및 개인들이 행렬을 향해 반대의 메시지를 내기도 했지만, 이날 대대적인 인원을 투입해 현장을 통제한 경찰의 중재로 큰 다툼 없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