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중인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비상문을 강제로 열겠다며 난동을 부린 10대 남성 승객이 마약을 투약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지법은 20일 항공보안법 위반 및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를 받는 A 군(19)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군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백규재 판사는 A 군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고, 소년으로서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A 군은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도착한 후 취재원 앞에 섰다. 그는 수갑을 찬 두 손은 헝겊으로 가렸지만 스스로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리며 얼굴을 노출했다.
그는 ‘여객기 비상문을 왜 열려고 했냐’, ‘위험한 줄 몰랐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민국 권력층에게서 공격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대답했다.
A 군은 ‘(경찰 조사 때 수사관에게)여객기 구명조끼 개수를 왜 불어봤나’라는 질문에 “제가 공격 당하는 느낌을 당했다”고 말했다.
A 군은 전날 오전 5시 30분경 필리핀 세부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비상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등 소란을 부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륙 후 1시간가량 지나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등 이상 행동을 하며 답답함을 호소했고, 여러 차례 비상문을 열려다가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에게 제압됐다.
당시 승객 183명이 탄 여객기가 높은 고도에서 비행 중이어서 비상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보통 3km 이상 상공에서는 여객기 내·외부의 기압 차이로 비상문을 강제로 열 수 없다.
A 군은 경찰 조사에서 “여객기에 구명조끼가 몇 개 있었냐”거나 “비상문을 열면 승무원들이 다 해고되는 거냐”고 수사관에게 묻는 등 횡설수설하면서도 뚜렷한 범행 동기를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마약 투약이 의심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고 구속영장에 향정 혐의를 추가했다. A 군은 간이 시약 검사를 진행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A 군은 혼자 세부에서 한 달가량 머물다가 귀국하던 중 범행했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