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7∼8일 벨라루스에 마련한 새 장소에 시설 준비가 마무리되면 즉시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배치 작업을 시작한다고 9일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어떤 전술 핵무기가 얼마나 이동하는지 상황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불과 1달 뒤면 벨라루스에서 핵무기가 발사될 수 있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핵무기가 들어가는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키예프)와 가까운 북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최전방 국가들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벨라루스로 이동하는 핵무기와 관련,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과장하지 않고 우리는 그런 종류의 무기 수십만 개를 갖고 있다”고 지난달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핵 위협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최고조에 이른 상태입니다.
■ 러시아-벨라루스 이동 배치 합의
푸틴 대통령의 이날(9일) 발언은 양국 간 전술 핵무기 이동 배치 합의가 신속하게 실천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앞서 지난달 25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회담하고,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 영토에 배치하는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같은 날(25일)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에 이미 러시아 전술핵이 배치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 “서방의 대리전에 전략적 억제 일환”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서방은 대리전을 펼쳐 러시아를 패배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벨라루스 영토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건 전략적 억제 단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벨라루스 국방부는 러시아로부터 S-400 지대공 미사일체계가 추가 도착했다며, 곧 전투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될 것이라고 지난달 28일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술 핵무기를 이동 배치하는 계획에 따라, 벨라루스 공군 조종사들이 관련 훈련을 마쳤다고 지난 4월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러시아 국방부는 핵무기 장착과 운반, 투하 등에 관한 전과정을 벨라루스 조종사들이 숙지했다고 밝히고, 모든 과정이 러시아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전술핵 2천기 보유 추정
핵무기 배치가 완료되면, 벨라루스는 옛 소련 시절 갖고 있던 핵무기를 지난 1996년 러시아에 반환한 뒤 27년 만에 핵무기를 보유하게 됩니다.
이에 관해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벨라루스에 두는 전술 핵무기들을 러시아는 다각적인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술핵의 배치 지점이 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에 경고 메시지로 무게가 큽니다.
러시아는 현재 전술 핵탄두를 2천기 가량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미국은 유럽에 배치하고 있는 100기를 포함해 200기를 갖고 있습니다.
■ “협력하면 핵무기 준다”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도 러시아의 핵무기가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러시아 방문 중 현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간 ‘연합국가’ 협정에 동참하는 모든 국가에 핵무기가 제공될 것”이라며 “이 협정은 단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