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이념갈등 속 희생된 교회들 “특별법 제정으로 과거사 정리하자” < 교단일반 < 교단 < 기사본문



제주4·3사태, 여순사태 그리고 6·25한국전쟁까지. 겨레가 해방 이후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서로에게 총구와 창끝을 겨누었던 기억은 여전히 슬프고 끔찍하다. 이런 기억들을 치유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과거사정리법이 제정됐고,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국가기관으로 만들어졌다.


한국교회도 이념대립의 와중에 입은 피해 규모가 상당하지만 구체적 내용을 규명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 많은 교회들이 관련된 증거들을 보존하지 못했고, 당시 상황을 증언해 줄 이들도 세상을 떠났거나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사화해기독교위원회 결성이 추진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비롯됐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한기승 목사(광주중앙교회) 등 좌우대립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호남지역 출신 목회자들이 그 기치를 들고 나섰다. 진상규명, 명예회복, 피해보상 등 과거사화해기독교위원회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과제는 실로 방대하다.


그 첫 발을 떼는 자리가 영광 염산교회(임준석 목사)에서 마련됐다. 염산교회는 6·25한국전쟁 중에 77명이나 되는 희생자가 발생한 아픔을 간직한 한국교회의 대표적 순교성지이다. 총회로부터 한국기독교순교사적지 제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바로 이곳에서 5월 17일 ‘과거사 화해를 위한 예배’를 드렸다. 아픔의 역사를 가진 호남과 제주 지역 노회장들과 각 노회를 대표하는 목사 장로들이 참석했다.


예배는 호남지역노회장협의회장 백종성 목사 사회, 전국장로회 수석부회장 오광춘 장로 기도, 증경총회장 소강석 목사 설교, 광주전남노회장협의회장 조동원 목사 축도로 드렸다. 이어 과거사화해기독교위원회 준비위원장 한기승 목사가 취지를 설명했다.


증경총회장 소강석 목사가 과거사화해기독교위원회 결성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증경총회장 소강석 목사가 과거사화해기독교위원회 결성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는 과거사 정리와 관련해 ‘종교인 희생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특별법을 통해 6·25전쟁 당시 피해를 입은 교회들이 종교적 차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예우를 받고 유족들에 대한 피해보상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가려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해서 호남과 제주 지역 교회들의 협력과 호응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모임은 제주노회장 김태희 목사 폐회기도로 마무리됐다. 과거사화해기독교위원회는 조만간 정식 발기인 모임을 갖고 조직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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