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피고기업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15명 중 지금까지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해 배상금을 받게 된 이들은 생존 피해자 1명과 사망한 피해자 10명의 유족들이다. 정부는 3월 6일 일본 피고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을 통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피해자 15명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이중 생존 피해자는 김성주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 3명이다. 작고한 피해자 12명은 유족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인 채권을 물려받았다.
4월까지는 사망한 피해자 10명의 유족들이 재단으로부터 배상금과 판결 지연 이자를 지급받았다. 당시 생존 피해자 3명과 작고한 피해자 2명의 유족들은 재단에 내용증명을 보내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배상을 받기로 한 생존 피해자 A 씨가 마음을 바꾼 데는 가족들의 꾸준한 설득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재단에 구두로 “배상금을 수령하고 싶다”고 전달한 A 씨는 가족 회의를 열어 구성원 의견을 모은 뒤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는 등 한일 관계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A 씨가 입장을 바꾼 배경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재단은 24일 A 씨를 직접 만나 배상금 수령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여전히 정부안에 반대하는 생존자 2명과 피해자 2명의 유족에 대해서 “직접 찾아뵙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