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친한 친구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고백한다면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주일날까지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교회에 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발표를 마친 팀을 향해 다른 팀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진다. 잠깐 당황하는 듯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침착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 밝힌다.
5월 20일 경기 화성시 주다산교회(권순웅 목사)에는 개혁주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대의 문제들을 생각하고 해석한 중고등학생들의 열띤 토론장이 펼쳐졌다. 총회다음세대목회부흥운동본부(본부장:이성화 목사, 이하 다음세대운동본부)가 2023 샬롬-부흥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1회 총회장배 전국 청소년 개혁주의 세계관 스피치대회’를 개최한 것.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열여섯 교회 열일곱 팀의 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모였다. 팀당 5명(고등부 3명, 중등부 2명)씩 꾸려 수개월 동안 교사와 목회자들의 지도를 받으며 함께 대회를 준비한 이들은 주최 측이 제시한 △동성애 문제 △창조 vs 진화 △저출산 극복 방법 △청소년 문화 △직업과 비전 등 주제 중 한 가지를 선정해 개혁주의 세계관으로 문제를 분석했다. 이날 두 차례의 예선을 거쳐 여섯 팀이 최종 결선에 진출했다. 심사는 김주한 교수(총신대)와 김우정 박사(총신대 전 겸임교수), 양재권 국장(총회교육전도국), 나현규 팀장(다음세대운동본부), 서지은 팀장(CTS다음세대운영팀) 등이 맡았다.
무대에 오른 여섯 팀은 각각 6분간 발표를 이어갔다. 저마다 사전에 준비한 시청각 자료를 제시하며 원고를 보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을 자신 있게 풀어내는 모습에서 주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논리 전개 과정에서는 근거가 되는 성경 구절을 들면서 해결의 방법과 극복의 목적이 모두 하나님께 있음을 강조했다.
“동성애는 치료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른 말씀에 입각하며 먼저 이 시대를 분별할 수 있는 말씀의 지식을 갖고 세상 가운데 담대히 나아갈 때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나의 재능과 직분으로 이 세상에서 복음을 전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해 나가길 바라십니다. 모든 과정은 주님이 계획하시고 이끄시기에 전 그분을 믿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인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한 팀은 형제들에게 왕따당한 요셉, 동료들에게 은따(은근히 따돌림)를 당한 다니엘 등 성경 인물 가운데 사례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서도 종교 지도자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받고, 난처한 질문을 통해 어려움을 겪으며,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에 희롱과 언어·신체 폭력을 모두 당했고, 제자들에게 외면당하신 예수님의 삶에서 대안을 찾았다. 학생들은 “피해자의 마음을 아시는 예수님의 이야기, 즉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이 땅의 예수님들에게 샬롬과 소망을 전하는 우리가 되자”고 말했다.
발표 후 각 팀에게 주어진 두 번의 질문 기회에서는 “동성애자가 대시한다면?” “자신을 따돌렸던 친구가 왕따당한다면?”과 같이 청소년다운 예상치 못한 당돌하고 발칙한 질문에서부터 동성애자를 상대할 때 사랑과 질책 사이의 균형에 대한 성숙한 물음도 있었다.
이처럼 두 시간여의 열띤 경쟁을 벌인 끝에 첫 대회 대상의 영예는 주다산 팀(주다산교회)이 차지했다. 주다산 팀은 ‘청소년 미디어 문화’를 주제로 개혁주의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성경적 진단과 대안을 내놓았고, “온라인에 빠진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라는 질문에는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세상보다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 더 넓다고 말해줄 거예요. 말뿐만 아니라 교회에 데리고 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라는 답을 제시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어 금상은 러블리텐텐(사랑스러운교회), 은상은 하시딤(가성교회)이 수상했으며, 동상은 비마프(평산교회)와 인사이트(송정제일교회), 하나님이지으신대로(대명교회)가 공동으로 받았다. 다음세대운동본부는 모든 참가팀에 장려상을 수여해 격려했다. 심사평을 전한 김주한 교수는 “많은 언어가 우리를 둘러싼 상황에서 하나님의 말, 성경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을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한국교회가 아직 꿈과 비전이 있다는 기대를 품었다”며 “기성세대가 다음세대를 두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끌어주고 밀어준다면 앞으로 이들을 통해 하나님 역사가 찬란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시상자로 나선 총회장 권순웅 목사는 “세상은 온통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오류, 비진리인지 모른다”며 “그런데 오늘 함께한 청소년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출발해 줄곧 하나님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발표했다. 상을 떠나서 모두가 귀한 사람들이다. 미래가 기대된다”고 축복했다. 본부장 이성화 목사도 “청소년 시절에 개혁주의 세계관에 따라 현재의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논의하고 발표하고 질문하고 답변하는 일련의 과정이 소중한 경험과 깨달음을 가져다줬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참가한 한 고3 학생은 “발표를 준비하면서 초점은 개혁주의였다. 논리의 근거는 여러 방면에서 찾을 수 있지만 하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에만 집중했다. 거기에 논리를 붙이는 것이지, 우리의 논리를 위해 성경을 끌어오지 않았다”며 “하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게 될수록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 시간이 됐다”는 소감을 남겼다.
“다음세대 주역이라는 책임감 갖게 됐어요”
대상 수상한 ‘주다산’ 팀
“주 안에서 영적 거장으로 거듭나는 청소년이 되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열린 ‘전국 청소년 개혁주의 세계관 스피치대회’에서 우승한 주다산 팀(지도자:윤형관 목사)의 김한별, 정다흰, 장예지, 한진유, 이지우 학생은 더 큰 꿈을 품었다.
다섯 학생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마주한 주제들이 평소 인터넷이나 토론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일상 가운데 관심 갖지 않았던 것이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가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살아왔음을 깨닫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조사하고 고민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의 발표를 들으며 사회에 미치는 영향들을 탐색할 수 있었다는 것.
대회 전에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개혁주의적 세계관이 무엇이고 비성경적 관점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해한 만큼, 앞으로 조금 더 깊게 사고하고 넓게 바라보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하게 됐다.
이들은 혼란스러운 정보와 문화가 많이 쏟아지고 있는 세상 속에서 “다음세대의 주역인 우리가 좀 더 힘써서 하나님을 더 중심에 모시고 충분히 생각하고 함께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