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일터를 찾아서]
니콜라스 슈미트 EU 집행위원
여성 고용 늘리고 이민자 수용 노력
산업 변화에 따른 훈련이 큰 과제
“저출산 고령화로 유럽의 노동인구가 줄고 있다. 동시에 실업률도 높은 상황이다. ‘일자리 미스매치’(구직 인력이 맞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이 발생하는 현상)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고용·노동 문제를 총괄하는 니콜라스 슈미트 EU 일자리·사회권 집행위원은 3월 27일 벨기에 브뤼셀 EU 집행위원회에서 진행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집행위원은 총 26명으로, ‘EU의 장관’과 같은 존재다. 2019년부터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슈미트 씨는 룩셈부르크 노동·고용·사회연대경제 장관을 지냈다. 그에게 최근 유럽의 고용노동 상황을 물었다.
―유럽의 고용노동 현안은 무엇인가.
“노동력이 줄고 있다. 최근 프랑스 파업도 고령화 부담 때문에 정부가 정년 연장을 추진하면서 벌어졌다. 사실 프랑스의 정년은 62세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다른 유럽 국가 정년은 64, 65세다. 그런데도 노동력이 부족하다. 유럽 각국은 여성 고용률을 높이고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여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업률도 높다고 들었다.
“그렇다. 노동력이 부족한데 동시에 실업자도 많다. EU 회원국 평균 실업률은 6.1%(올해 1월 기준)로 한국의 2배 수준이다. 물론 2%인 나라도, 20%인 나라도 있는 등 국가 편차가 크다. 하지만 분명 ‘일자리 불일치(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구직자와 일자리를 연계하는 시스템이 시급하겠다.
“별다른 기술을 배우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EU와 각국 정부가 직업훈련에 좀 더 많이 신경 쓰고 예산도 투입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단기 일자리가 크게 늘었는데, 직업훈련을 잘 받은 근로자는 쉽게 해고되지 않고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다.”
―산업 변화가 고용시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디지털화,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 전환 등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옛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석탄 산업 종사자들은 일을 잃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일자리가 2030년까지 유럽에 100만 개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라도 구직자를 새로 훈련시키는 것이 큰 과제다.”
―유럽의 근로시간은 모범사례로 꼽힌다. EU 지침이 있나.
“‘주 6일 기준 48시간’ 지침이 있다. 각국, 각 기업의 노사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더 줄일 수 있다. 그것이 유럽 근로시간의 ‘유연성’이다.”
―당신의 근로시간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일반 직원 대부분은 하루 8시간 이내로 일한다. 그 대신 나도 휴가는 다 쓴다. 지난해 총 4주 휴가를 썼다.”
브뤼셀=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