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재로 올해 말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협상 가능성"…회의적이던 미국 등 서방 시각 달라진 듯


올해 말 중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전망했습니다.

키신저 전 장관은 7일 방송된 CBS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크라이나 위기가 전환점에 접근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중국이 협상에 뛰어들었으니 올해 말쯤 (평화협상 조건이) 무르익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중국이 협상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지난달 말 진행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그리고 그에 앞서 지난 3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가리킵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6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중재 의지를 적극 표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시 주석은 “대화와 협상은 (이번 전쟁의) 실행 가능한 유일한 출구”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리후이 유라시아 사무 특별대표를 특사로 파견해 정치적 해결을 위해 각측과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27일 100세 생일을 맞는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 외교 원로 가운데 대표적인 ‘중국통’이어서, 이번 발언에 실리는 무게가 상당합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1971년 국가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비밀리에 중국을 오가며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이듬해 중국 방문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의 방중은 1979년 미국과 중국이 국교를 수립하는 발판이 됐고, 중국을 국제사회로 끌어내며 이른바 ‘죽의 장막’을 거두는 계기가 됐습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후에도 중국과의 외교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마오쩌둥 전 주석부터 시진핑 현 주석까지 현대 중국의 거의 모든 지도자를 만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온 차이나(On China: 중국에 관해)’라는 베스트셀러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 서방 분위기 ‘회의 → 긍정’

키신저 전 장관의 인터뷰가 방송된 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개입에 회의적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최근 중국의 중재 역할 가능성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이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의 협상 개입에 회의적이었던 서방국가들의 인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당초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중재가 성립될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불법 점령을 용인할 뿐이고,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되찾는데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비판해왔습니다.

중국 정부가 개전 1주년을 맞은 지난 2월 24일 평화 방안을 제시하며 ‘러시아군 철수’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예상보다 장기화한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예전 같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협상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는데는 중국의 도움이 긴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대반격’ 주목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겨울 이후 정체된 전선을 돌파하고,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수복하기위한 ‘봄철 대반격’을 준비해왔습니다.

볼로디미르 가브릴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8일자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대반격의 성공을 자신했습니다.

대반격으로 이번 전쟁을 둘러싼 상황이 크게 바뀌고 러시아의 군사 분야는 물론, 경제까지 완전히 붕괴시킬 것이라고 가브릴로우 차관은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이번 대반격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낼 경우,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F-16 전투기를 비롯한 최신 장비 지원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계속 동쪽으로 진격하며 러시아군 점령지를 되찾고,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등지 친러 세력 장악 지역을 수복할 기회를 잡게 됩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주. 이 지역 대부분은 친러시아 세력이 장악한 상태이고, 이곳 러시아계 주민 보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해 2월 24일 개전 이후 15개월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도네츠크 요충지 바흐무트에서는 격전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대반격이 실패하면 우크라이나는 지원 물자 허비와 함께 사기가 크게 꺾이게 되고, 향후 국제사회의 지원 여론도 식을 수 있습니다.

또한 대반격 이후에도 전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지금처럼 공습과 국지 전투를 이어가며 대치할 경우 이번 전쟁은 장기 교착상태에 진입하게 됩니다.

그럴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정전 또는 휴전 협상 압박이 커질 수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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