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회’라는 이름의 같은 편?



지난 부활절, 서울 도심에서 ‘한국교회’의 이름을 단 세 개의 행사가 진행됐다. 광화문에서 열린 ‘2023년 한국교회 부활절퍼레이드’와 서울광장에서 드린 ‘2023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많은 인파를 동원한 ‘2023 한국교회 자유통일을 위한 부활절 연합예배’가 그것이다.

앞선 두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부활절에 거리로 나섰지만, 정작 취재 내내 귓가를 울린 건 마지막 행사의 소리였다. 이를 예배가 아닌 행사로 표현한 이유가 있다. 스피커가 찢어질 듯 외치는 발언자들은 내내 전 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하고, 현 야권 인사들을 욕하는 데 집중했다. 그 대상을 떠나 폭언과 욕설이 난무하는 이 자리에 차마 ‘부활하신 예수님’이 함께하신다고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중간중간 무대 위에서 “윤석열 대통령 만세” “전광훈 목사님 만세”를 외치면 참석자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이들은 심지어 옆을 지나는 부활절 퍼레이드 행렬을 향해 찬송가 348장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부르며 입에 담지 못할 말로 위협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한 고난함께 예배는 자유통일 행사의 더 큰 스피커 소리에 묻혀 진행이 불가할 정도였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귀를 막고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두 청년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부끄러워졌다.

“저 사람들 같은 편 아니야? 다 교회라면서 왜 시끄럽게 여기서 싸우는 거야?”

최근 전광훈 목사가 사회 이슈의 중심에 섰다. 전 목사 개인은 정치권과의 커넥션으로, 그가 담임하는 교회는 재개발 보상과 관련해 논란을 빚고 있다. 대부분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그의 이 같은 일탈을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치부할지 모르지만, 밖에서는 ‘교회’라는 이름으로 같은 편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사랑제일교회 이주를 두고 현재 위치한 지역 주민들은 “제발 떠나달라”고 외치고, 이전을 검토한 인근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이를 막아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해 구청이 교회의 토지거래를 불허했다고 한다. 누구도 환영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교회, 한국교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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