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시작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정부의 외교 전략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이후 중국, 러시아의 공개적인 반발이 나왔다는 점도 여야 격돌에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힘은 중-러의 반발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정조준해 “미국은 혈맹인데 중국, 러시아 사대주의에 빠져 눈치를 보는 게 말이 되느냐”며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미국의 국익을 대한민국의 국익과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방미를 앞두고 윤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는 민주당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김기현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서 “유독 중국과 러시아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굴종적인 대중·대러 저자세는 화석화 된 운동권의 심각한 시대착오적 오류”라며 “80년대의 낡은 운동권식 ‘소중화(小中華)’ 인식으로 동북아 외교를 이해하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국익을 위해선 중국·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이 대표의 21일 발언을 겨냥한 것.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전날(22일) 페이스북에서 “북·중·李(이 대표), 대통령 비난에 입 맞췄나”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한 내용을 놓고 중국이 ‘불장난하면 타죽는다’고 한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선제타격론을 놓고 이 대표가 ‘불장난이냐’고 했다. 불장난은 좌파 공용어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와 동시에 여당은 대통령실이 강조하는 ‘가치 동맹’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김 대표는 “미국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준 혈맹”이라며 “대미 무역은 9조 원 흑자, 대중 무역은 10조 원 적자”라고 했다.
이런 여권의 공세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니 ‘중국과 한편이냐’고 우기는 꼴”이라고 반발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불필요한 발언으로 남의 나라 문제에 끼어든 것은 윤 대통령이다. 편들어줄 만한 말을 해놓고 편들어달라고 하라”며 “변명할 말이 없으니 중국 편드냐고 억지 부리는 여당의 수준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한·중 양국의 평지풍파를 만든 건 정작 윤 대통령이면서 야당에 친중‘(親中) 프레임’을 거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이수진 원내대변인도 “대통령은 (국제적인) 진영 대결에 뛰어들려는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 국민께 우려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예측을 내놨다. 김 정책위의장은 “확장억제는 역대 모든 진보·보수 정부가 추진해왔던 것”이라며 “특별히 진전될 게 있을지 의구심이 있다”고 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분쟁 지역에 무기 지원 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조건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시사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움직임이다.
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안규영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