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학원가에 퍼진 ‘마약 음료’의 제조·전달책과 번호조작책 등 국내 일당 2명이 10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길모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김모씨 등 2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검은색 후드 차림에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법원에 도착한 길씨는 ‘혐의 인정하는지’,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는지’라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씨는 ‘혐의 소명을 어떻게 할건지’라고 묻자 “죄송하다”고 짧게 답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길씨는 범행에 쓰인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강원 원주 자택에서 직접 제조한 후 사건 당일 퀵서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해 시음 행사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해당 마약 음료가 담긴 병이 중국에서 반입됐으며, 길씨가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전달 받은 마약을 우유 등과 섞어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이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휴대전화 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7일 오후 4시41분께 강원 원주에서 길씨를, 당일 오후 2시48분께 인천에서 김씨를 각각 검거해 지난 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길씨로부터 중국에 머무는 한국 국적의 20대 남성 이모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아울러 길씨에게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 음료의 재료로 사용된 필로폰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중국 국적 남성 A(35)씨도 검거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A씨가 다른 사건으로 지난 4일 경기 수원중부경찰서에 검거된 것을 확인한 뒤 조사를 진행해왔다.
A씨는 중국에 있는 마약상의 B(32)씨의 지시를 받아 던지기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중국에 체류하면서 길씨에게 마약 음료 제조·배포를 지시한 한국 국적 20대 이모씨, 중국 국적 30대 박모씨와 A, B씨가 범행에 연루돼 있는지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씨, 박씨, B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동시에, 이번주 중으로 여권 무효화 조치와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하겠단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3일 오후 6시께 강남구 일대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가 개발됐다’며 무료 시음 행사를 열어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건넨 일당 4명을 붙잡아 조사한 바 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이중 1명은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100병의 마약 음료를 준비한 뒤 2명씩 2개 조를 구성해 각각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나눠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제조된 마약 음료 100병 중 18병이 학생 등에게 배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까지 음료를 마신 피해자들은 학부모 1명을 포함해 8명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중 한 명에게는 1억원을 준비하라는 협박이 있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