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기자, 러시아서 간첩혐의 체포…'북한 의용군' 또 우크라이나 파병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소속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30일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 지국 소속 에반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을 간첩 혐의로 붙잡아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 시내 시설에 구금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곧 모스크바로 이송돼 FSB 미결수 시설인 레포르토보 교소도에 수감될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러시아에서 간첩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20년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현지 매체들은 해설했습니다.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최근 러시아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기사를 쓴 바 있습니다.

서방의 강력한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 감소, 인플레이션, 노동시장 경색, 정부 지출 증가의 악순환으로 장기 침체 확률도 커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 “군산복합기업 기밀 수집” 주장

FSB는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의 간첩 혐의 구성 요건에 관해, “미국 지시에 따라 러시아 군산 복합 기업 중 한 곳의 활동에 대한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미국 정부를 위해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 게르시코비치의 불법 행위는 현재 중단됐다”고 덧붙였습니다.

FSB는 하지만, 혐의 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관해 “우리가 아는 한 그 기자는 꼼짝 못할 현행범으로 적발됐다”고 이날(30일) 밝혔습니다.

이어서 미국인 기자들의 현지 취재 활동에 관해 “정상적으로 취재하는 월스트리트저널 직원들의 업무 지속에는 아무 장애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미국과의 수감자 교환에 나설 것인지 여부에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러시아에서 마약류 소지 혐의로 10개월 가까이 구금됐던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브리트니 그라이너 선수가 지난해 12월 러시아 무기상과 교환으로 풀려난 바 있습니다.

■ 냉전 이후 첫 사례

냉전 이후 미국 언론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미국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32세인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러시아계 미국 이민자 부모를 두고 있습니다. 본인은 미국 국적자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러시아를 취재했고, AFP통신 모스크바 지국 등에서 근무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30일) 성명을 통해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의 안전에 우려를 표하면서,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신망받으며 헌신해온 우리 기자가 즉각 석방되도록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이고 “우리는 에반,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북한 의용군’ 또 우크라이나 파병설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의용군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일부 언론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30일 러시아 친정부 매체 ‘루스카야 베스나(러시아의 봄)’은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를 인용해, 보병과 포병 중심 북한 의용군 부대가 자체 무기와 포탄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돼 러시아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 매체 ‘아미인폼’은 전날(29일)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의 동맹으로 참전할 수 있는 국가로 북한을 들며 특수부대 파견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

루스카야 베스나는 이어서, 러시아 측에서 이들과의 작전 공조를 위해 북한어(한국어)를 할 줄 아는 장교를 물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들 북한 의용군이 5월 말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특별군사작전’ 지역으로 파견될 것이라고 시점을 못 박았습니다.

특별군사작전은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익명으로 인용된 러시아군 총참모부 당국자는 “매달 북한 측 병력 1만~1만5천 명이 투입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우리(러시아) 보병을 공격 임무에서 빼내 더 훈련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병력의 전투력에 관해 “현대적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전투를 수행하는 데 있어 우리보다 더 잘 훈련돼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중국 승인 필요할 것”

최근 러시아 친정부 매체들은 유사한 이야기들을 잇따라 다루고 있습니다.

국영 ‘로씨야 1’ 등에서 활동하는 알렉산드르 슬라드코프 전쟁전문기자는 지난 26일 유튜브 ‘슬라드코프 플러스’ 채널을 통해, 북한이 특공대 병력 5만 명을 러시아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슬라드코프 플러스는 구독자 약 45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채널입니다.

슬라드코프 기자는 다만, 북한의 파병이 실현되려면 중국의 승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 러시아 당국 아직 반응 없어

이같은 보도들에 러시아 당국은 아직 확인도 부인도 하지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북한군 10만 명 파병설이 나왔을 때 즉각 부인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입니다.

당시 ‘로씨야 1’은 군사 전문가 이고르 코코첸코를 인용해 북한군 10만 명이 러시아를 위해 파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이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일축하면서, 정규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도네츠크와 루한시크의 친러시아 반군으로 특별군사작전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북한, 우크라이나 침공 옹호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에 따른 러시아의 안보 위협과 미국·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를 적극 옹호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북한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분리주의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을 공식 승인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같은 조치 직후,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끊었습니다.

이후 이들 지역 재건 사업에 북한 노동자를 파견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 고위인사는 지난 28일, 북한과의 ‘경제·문화 협력 협정’ 체결 74주년을 맞아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북한의 지원에 각별한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국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 이후 북한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장기적인 안목을 보여주면서 러시아를 적극 지원해 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명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노비예프 국장은 이어서 “북한은 현재도 러시아에 전면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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