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지만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기에는 충분한 상황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장관은 22일 일본 방문에 앞서 진행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단거리미사일 능력은 어느 정도 갖추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또는 다탄두 탑재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전문가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수 회의적인 시각을 제외하더라도 북한의 핵능력은 동북아 지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권 장관은 “핵에 관해서는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전술핵무기, 핵탄두를 만드는 능력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고 “7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물리적 준비가 모두 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핵실험은 북한이 국제 정세나 국내 상황을 고려해 단행을 결단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 시점을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어떤 시점에는 반드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장관은 북한의 핵 개발 목적에 대해 “내부 결속이나 체제 유지를 위한 측면이 강하다”면서도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한국이나 미국의 ‘위협’에 대해 말하고 있고, 때문에 우리도 대화의 테이블에 나와 필요한 조치들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북아의 ‘신냉전’ 구도와 관련해서 권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미중 간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 사태에 편승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당분간은 긴장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은 그동안 여러 번 태도를 바꾸고 나온 적이 있다”라며 “한국 정부가 계속하고 있는 압박과 설득 노력이 통할 수도 있다”라고도 말했다.
특히 그는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 개선되지 않으면 북한도 노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압박을 통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단념시키고 대화로 이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의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권 장관은 현재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해선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처럼 대규모로 아사자가 생겨 체제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중국에서 최근 대규모 식량 수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더욱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 딸 주애의 ‘후계자’설에 대해 “김정은 총비서가 아직 젊고 현 시점에서 세습을 염두에 두고 딸을 등장시켰다고 보기에는 좀 이르다고 본다”면서도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및 한국인 억류자 문제, 이산가족 문제 등은 북한과 대화가 시작되면 한국과 일본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사안들이라고 권 장관은 말했다.
권 장관은 이날부터 25일까지 일본 외무성 각료급 초청 프로그램에 초청받아 일본을 방문한다. 통일부 장관의 일본 방문은 지난 2005년 정동영 전 장관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뒤 18년 만이며, ‘각료급 초청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이다.
권 장관은 관방장관·외무대신 등 정부 인사와 한일의원연맹 회장·자유민주당 간사장 등 의회 측 주요 인사와 만난다. 이를 계기로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을 설명하고, 납북자 문제 등 인권문제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