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 미친 칼질”…6시간 넘게 대기하다 23분 조문|동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의 빈소를 찾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3.10.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의 빈소를 찾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3.1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 씨(64)의 죽음에 민주당은 10일 하루 종일 긴장감이 맴돌았다. 당초 이날 오전 9시까지만 해도 “민생 행보 등 정해진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하겠다”던 이 대표 측은 유서에 이 대표 관련 내용이 있다는 보도에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회의에서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이지, 나 때문이냐”고 자신을 향한 책임론에 철저하게 선을 그었던 이 대표는, 회의 후 뒤늦게 모든 오후 일정을 취소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오후 1시 조문 일정을 공지했지만 유가족과 협의가 길어진 탓에 이 대표는 6시간 40여 분을 차에서 대기하다 오후 7시 42분에야 빈소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오후 8시 5분까지 23분간 빈소에 머물렀다. 빈소에 들어갈 때와 빈소에서 나올 때 모두 유서 관련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당도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친명(친이재명) 진영은 일제히 “검찰의 강압 수사”를 비판한 반면 비명(비이재명) 진영은 “당에 음산한 기운이 드리우는 것 같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李, 오전엔 “검찰의 미친 칼질 용서할 수 없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섰다. 마지막 순서로 발언에 나선 이 대표는 8분여에 걸쳐 검찰을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중간중간 목이 메이기도 했다.

그는 “어제 믿을 수 없는 부고를 접했다. 자랑스러운 공직생활의 성과들이 검찰의 조작 앞에 부정당하고, 지속적인 압박 수사로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운을 뗐다. 이어 “검찰의 미친 칼질을 용서할 수 없다”며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 선택을 하겠느냐. 없는 사실을 조작을 해가지고 자꾸 증거를 만들어서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수사 당하는 것이 제 잘못이냐. 주변의 주변까지 털어대니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견뎌내느냐”고 했다. 그는 정치권을 겨냥해서도 “이 억울한 죽음들을 두고 정치 도구로 활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의 빈소를 찾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3.10.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의 빈소를 찾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3.10.

당초 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지역 민생 행보를 이어간 뒤 저녁엔 지지자들과 직접 만나는 ‘국민보고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 대표는 해당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오후 1시경 빈소로 직행했지만 유족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내내 차에서 대기해야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에야 뒤늦게 유족들의 동의를 얻고 조문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 대표가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유족들이) 대표님도 기운 내시고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밝혀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非明 “당에 음산한 기운, 사퇴론 불붙을 것”

비명 진영은 전 씨의 유서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일단 유서 전체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당에 음산한 기운이 드리우는 것 같다”며 “유서에 ‘이 대표가 결자해지 하라’는 내용이 있으면 사퇴론에 불이 붙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주변에서 저렇게 많은 사람이 죽는데 당 대표가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뒤로 물러서 있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친명계는 “이 대표 연말 퇴진론은 ‘소설’”이라며 이 대표 책임론을 일축했다. 당 지도부 소속인 한 의원도 “지금은 이 대표 체제로 똘똘 뭉쳐서 가야할 때”라며 “윤 정부와 검찰의 공격으로도 모자라 내부 총질까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가 11일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규탄하는 장외집회에 참석한다고 공지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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