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前비서실장은 누구…“정무는 ‘정진상’, 행정은 ‘전 실장’”|동아일보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취재진이 이날 경기지사 비서실장 전씨의 주거지인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뉴스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취재진이 이날 경기지사 비서실장 전씨의 주거지인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뉴스1

9일 경기 성남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64)의 유서에 “이재명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 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자는 없어야지요”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시청 “정무보좌는 정진상, 행정 보좌는 전 실장”이라 불릴 정도로 이 대표와 가까웠다고 한다.

● 정무는 ‘정진상’, 행정은 ‘전 실장’ 이재명 측근으로 활약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 씨는 1978년 9급 공무원 공채를 통해 공직에 입문해 40년 넘게 근무한 ‘늘공(직업 공무원)’으로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된 이후인 2013년 성남시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4~2017년 푸른도시사업소장, 수정구청장, 행정기획국장, 행정기획조정실장 등을 차례로 역임했다.

2018년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경기도 초대 비서실장으로 근무했고 2019년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영기획본부장에 임명됐다. 이후 이헌욱 전 사장이 2021년 사퇴하고 안태준 전 부사장이 지난해 2월 사퇴하면서 사장 직무 대행을 맡다 지난해 12월 퇴직 후 공직에서 물러났다.

전 씨는 10년 가까이 이 대표와 친분을 맺으며 행정적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와 함께 성남시에서 근무햇던 이재철 전 성남시 부시장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전 씨가 이 대표의 성남시장, 경기지사 재임 시절 최측근 실세로 활동했다”며 “민감한 문제 실무도 도맡고 인사 등 행정 업무 처리에도 총대를 멨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에 대한 전 씨의 충성도는 대단했다”며 “성남 FC 후원금 문제 등도 도맡고 실무 작업에도 깊게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청 한 공무원은 “시청 내에서 이 대표의 정무보좌는 정진상, 행정 보좌는 전형수로 통했다”며 “입이 무겁고 추진력이 강해 이 대표의 신뢰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재명, 前비서실장 조문으로 10일 오후 일정 전면 취소

● “이재명 대표, 정치 내려 놓으셔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3.10/뉴스1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3.10/뉴스1

전 씨는 “이재명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 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자는 없어야지요”라는 내용이 담긴 6장 분량의 유서를 자택에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전 씨는 유서에서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며 “가족들 모두 사랑한다”고 했다.

전 씨는 9일 오후 6시 44분경 외출에서 돌아온 전 씨의 아내로부터 현관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대원과 경찰관들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며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유서 내용과 유족 조사 등을 통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고 온 후 매스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때문에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요청으로 자세한 유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 씨는 GH 퇴직을 전후한 지난해 12월 2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해 한 차례 영상녹화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이후 예정된 조사나 출석 요구는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청 및 GH 직원들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전 GH 사장은 “갑작스럽게 부고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경찰 수사 등 진행 되는 것이 없어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경기도청 한 직원은 “충격 그 자체”라며 “공무원 출신으로 합리적으로 일 처리를 했고 직원들에게 무리하게 일을 시키지 않아 신망이 두터웠다”고 했다.

성남=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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