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에 합의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6일 먼저 한국 차원의 배상 해법을 발표하면 이어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취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6일 정부 산하 재단을 통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한국 기업들이 배상금을 우선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한다.
그러면 일본 정부가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명”한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방침을 발표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표시한다는 것이다. 발표 주체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 정부 산하 재단에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의 기금 참여 여부는 일본 정부가 밝히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 韓 “한국 기업들, 정부 산하 재단 통해 변제” 日 “일본 기업 자발적으로 참여”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일 정부는 한국 정부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금을 조정해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금을 변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른자 제3자를 통한 변제안이다. 포스코 등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한국 기업들이 재단이 조성하는 기금에 참여한다.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들은 여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경제계가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에 기여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에서 한일 협력 사업의 창설을 위해 회원 기업에 자금 협력을 요청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력 사업은 징용 배상과는 별개로 한국인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급 등을 상정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협상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의 한일 협력 사업 기금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기업은 강제징용 문제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기 때문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 日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 계승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죄에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가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밝힌 기존 일본 정부 입장을 계승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은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나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가 발표한 ‘전후 50년 담화’(무라야마 담화)에 포함돼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이런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총리가 새로운 담화가 아닌 과거 한일관계에 관한 과거 담화나 공동선언에 담긴 입장을 계승한다고 표명하는 것은 강제징용 문제가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견해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