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명계 주축 모임 참석…야권 “분열 소지 차단 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 소환 조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1.30. 뉴스1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 소환 조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1.30. 뉴스1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참여하는 ‘민주당의 길’이 31일 첫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비명계가 주축이 된 이 모임은 자연히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및 당의 진로 등과 관련한 토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31일 ‘민주당의 길’ 첫 모임에 직접 참석한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의 검찰 수사로 인해 혹시라도 당이 분열될 소지를 직접 차단하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민주당의 길’ 첫 토론회에 참석해 격려 인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모임은 이원욱, 김종민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모임이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 등을 반성하고 미래를 모색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이후 꾸려진 ‘반성과 혁신’을 확대한 모임이다. 당의 진로, 내년 총선 전략, 다시 수권 정당이 되기 위한 혁신 방안 등에 대해 의원들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간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야권 내에서 “사실상 비명계 인사들의 구심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 그러나 이 대표는 별도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표 입장에서 (당내) 다양한 의견 그룹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민주당의 길’이) 새로 출범하니 언제 하는지 확인해서 가서 (격려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날짜와 시간을) 받아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들이 참석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 아니라 이 대표가 먼저 모임에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 천 의원은 “(모임 소속 의원들에게) ‘가도 되는 자리냐’ 물어봤는데 ‘당연히 오시면 좋다’ 해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 측은 필요하다면 비명계 의원들과도 추가 토론회를 갖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비명계 모임에 이 대표가 직접 참석하는 것과 별개로 야권 내에서는 이 대표의 당 대표직 유지를 둘러싼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대립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혼자 싸운다고 해서 검찰의 야당 탄압이 없겠느냐”고 했다. 그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 대표의 대표직 유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명계는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기소 시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기류다. ‘민주당의 길’의 주축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사법 문제로 우리 당은 물론이고, 정치권이 다 블랙홀이 됐다”며 “거의 재창당 수준의 정치교체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고, 이렇게 하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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