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9시, 수도권 한 전통시장 인근 우리은행 영업점 앞. 아직 문이 닫힌 점포 안쪽에서 직원들의 힘찬 구호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셔터가 올라갔다. 패딩과 모자로 몸을 싸매고 대기하던 고객 6명은 줄줄이 번호표를 뽑고 영업점에 입장했다.
실내 마스크 의무 조치가 풀린 이날부터 은행들도 코로나19로 1시간 단축했던 영업점 운영시간을 정상화했다. 지난 1년6개월간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으로 단축했던 영업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로 원복한 것이다.
은행 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하던 고객들은 크게 환영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50대 남성 박희원씨(가명)는 해외 거래처와의 송금업무가 잦은 특성상 영업시간 정상화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9시부터 문 연다는 뉴스를 보고 20분 전부터 와서 기다렸다”며 “해외 현지와도 시간을 맞춰야 하는 입장이라 앞뒤로 30분 영업시간을 늘린 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고령층 고객들은 영업시간 정상화 조치를 특히 더 반겼다.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용이 서툰지라 주말 내내 기다렸던 은행업무를 30분 먼저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 86세인 김학범씨는 이날 제일 먼저 도착해 은행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어렸을 적 학교에 다니지 못해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왔다던 김씨는 2년 동안 부었던 적금을 만기 수령하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은행을 찾았다고 했다. 김씨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오늘부터 은행이 9시부터 4시까지 연다고 어제 뉴스에서 봤다”며 “참 좋다”고 했다. 그는 “2년 동안 부었던 통장을 오늘 찾는 날”이라며 “난 까만 건 글자고 하얀 건 종이라는 것만 알기 때문에 이렇게 은행에 직접 와서 직원들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전통시장에서 근무하는 60대 여성 지모씨도 “9시부터 은행을 연다고 해서 부리나케 왔다”면서 “월요일엔 은행에 사람이 평소보다 많으니까 이렇게 일찍 와서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직원들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아침을 보냈다. 고객 입장에선 30분 일찍 문이 열렸지만 직원들은 정상화 이전에도 똑같은 시간에 일찍이 출근을 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보통의 월요일 영업점 개시 시각 대비 한산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보통 월요일이면 문을 열자마자 대기 고객이 생길 정도로 붐비는 편인데 월요일 치곤 아직 고객이 많이 없는 편”이라며 “아무래도 9시부터 문이 열린다는 점을 모르는 분이 아직 많으셔서 고객들이 분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