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와 원전 공동 진출은 ‘영국’ 염두에
이재용-정의선 바라카 방문 “한-UAE 시너지 최일선”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이뤄진 UAE의 300억 달러(37조2600억 원) 규모 투자 결정이 양해각서(MOU)가 아닌 정상 간 공동성명에 명기됐다. 양국은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한-UAE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협력에 대한 UAE측의 확고한 신뢰가 말이 아닌 문서에 명시됐다는 의미다.
아울러 한국과 UAE가 함께 제3국 원전 시장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대상 국가가 ‘영국’이라고 밝히며 추가 원전 수주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 UAE, 300억 달러 투자…문서에 명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16일(현지시간) 아부다비 현지 프레스룸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중동지역 유일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UAE와의 관계를 최상의 수준으로 발전시키려는 양정상의 의지를 확인하고 행동으로 이를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양국 관계가 가시적 진전을 보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으로 양국 협력의 틀을 실질적으로 격상시켰다”고 설명했다.
국빈방문을 계기로 체결된 양국간 MOU는 양 정상 임석 하에 체결된 13건을 포함해 모두 48건이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300억 달러 규모 투자 유치와 다수의 MOU가 체결 등으로 역대 최대의 순방 성과를 창출했다”며 “KDB산업은행과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간에 체결한 ‘국가 투자 파트너십 MOU’를 통해 에너지, 원전,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협력 기류 속에 전날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당초 예정했던 100분을 훌쩍 넘긴 3시간 이상 진행됐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에 이어 통역을 제외한 배석자 없이 친교만찬을 가진 데 이어, 이날엔 ‘아부다비 지속가능성 주간’에도 함께 참석했다. 또 양국 협력의 상징인 바라카 원전까지 이날 동행하면서 100년을 함께할 신뢰와 우정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 이재용-정의선 바라카 동행…“한-UAE 시너지의 최일선에”
특히 이날 양국 정상의 바라카 원전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동행한 것도 의미있는 지점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두 사람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핵심 리더라”라며 “한국과 UAE의 관계를, UAE의 비전과 (우리의) 첨단 기술을 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해 가장 앞에 서 계신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UAE의 비전과 합일점을 찾아가려는 한국 대표 기업들의 노력이 가시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더 나아가 “(바라카 원전 건설에 참여했던) 삼성물산 현대건설로 익숙한 그룹의 총수들이 바라카 원전을 찾은 것은 추가 원전 건설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다고 의미를 더 부여하고 싶다”고도 했다.
실제로 양 정상은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의 성공적 완수’와 ‘UAE 또는 제3국에서의 추가 원전 사업 공동 추진’을 정상 간 채택된 성명에 포함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제3국 공동 진출은 영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UAE원자력공사(ENEC) 간에 제3국 진출에 대한 협약이 맺어진 상태”라고 했다.
UAE 자국 원전을 추가로 수주하는 데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한 고위관계자는 “UAE측에서도 추가 원전을 건설하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저희는 파악 중”이라면서도 “저희들 희망에는 ‘당연히 우리가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지만, 거꾸로 UAE측에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아부다비=장관석기자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