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며 4살 아이를 키우는 신모 씨(40)는 최근 정부가 밝힌 육아휴직 기간 연장안을 듣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하는데 육아휴직 급여는 없고 그나마 ‘부모가 함께’ 육아휴직을 쓴 경우에만 연장 가능하다는 조건 때문이다. 신 씨는 “남편이 육아 휴직 가능한 직장에 다니는 부부가 몇이나 되겠느냐”며 “게다가 이런 불경기에 부부가 같이 무급 휴직을 해야 한다니, 기대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9일 고용노동부가 업무보고에서 밝힌 육아휴직 확대안에 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육아휴직 기간을 최장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하겠다고 했지만 ‘한 아이에 대해 부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장된 기간에 대해서는 육아휴직 급여도 지급하지 않을 계획이다. 현재는 육아휴직을 하면 휴직 기간(최대 1년)에 통상임금의 80%를 월 상한 150만 원 이내에서 지급한다.
맘 카페 등에서는 “대기업을 위한 정책 아니냐”, “배우자 3개월 (육아)휴직도 어려운데 연장 6개월은 무급이라니, 그 부부는 거지가 되란 소리냐” 등의 비판 글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며 ‘빛 좋은 개살구’라고 꼬집었다.
통계청이 일반 직장인(고용보험 가입자)과 교사 공무원 등을 통틀어 낸 육아휴직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육아휴직자 17만3631명 가운데 여성이 13만1721명(75.9%), 남성이 4만1910명(24.1%)이었다. 고용부에 따르면 같은 해 기준 일반 직장인 육아휴직자 11만555명 가운데 여성이 8만1514명, 남성 2만9041명이었다. 여전히 엄마 혼자 육아휴직을 내는 가구가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를 가집계해본 결과 그 해 남성 육아휴직자 수에 못 미쳤다”고 전했다.
부부 중 한 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71.0%, 여성의 62.4%가 300인 이상 기업 소속이었다. 대부분 대기업 종사자라는 의미다. 자영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직), 비정규직 등은 여전히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다.
‘공동 휴직’이라는 조건을 내건 이유에 대해 고용부는 “무작정 기간만 늘릴 경우 여성의 경력단절과 ‘독박육아’ 기간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급인 이유는 “예산의 문제가 크다”고 덧붙였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육아기 단축근로 확대 등 일하면서 육아도 할 수 있는 일·가정 양립방안을 찾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