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 피해서 여기 왔나”…러 요트피플에 속초·포항 발칵


12일 경북 포항시 북구 동빈내항에 러시아 국적의 요트가 정박되어 있다. 요트에는 선장 등 4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달 초 러시아를 출발해 포항으로 온 것으로 확인됐다. 2022.10.12/뉴스1
지난 1일 강원도 고성 아야진 동쪽 13㎞에서 표류 중이던 러시아 요트. 안호영 국회의원실 제공
12일 경북 포항시 북구 동빈내항에 러시아 국적의 요트가 정박되어 있다. 요트에는 선장 등 4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달 초 러시아를 출발해 포항으로 온 것으로 확인됐다. 2022.10.12/뉴스1

최근 러시아 정부가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한 이후 20여명의 러시아인이 요트를 타고 강원 속초와 경북 포항에 입항, 입국을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사회에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대부분은 일부 신원이 확실한 사람을 제외하고 입국이 불허돼 자국으로 회항하거나, 현재 포항 앞바다에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는 상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이 최근 러시아 정부가 선포한 예비군 동원령을 피해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 러시아인들의 탈출이 급증할 경우, 한국이 사실상 중간기착지가 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발(發) 요트 4척 포항·속초 입항 뒤 입국 시도

12일 법무부와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의 ‘예비군 동원령’이 발표된 9월2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우리 영해에서 발견된 러시아 국적 선박은 총 5척이며, 그중 4척이 우리나라에 입항했다.

요트 4척에 탑승한 러시아인은 총 23명으로 그중 한국 입국기록이 있던 2명을 제외한 21명은 입국금지 조치됐다. 입국이 허가된 2명의 최종목적지는 태국으로, 승선원 4명 중 일부만 상륙이 허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해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들 요트 4척 중 지난 1일 속초항을 통해 입항하려던 러시아 북동항 블라디보스토크발 6톤급 요트(러시아 남성 5명 승선)와 포항 동빈내항 마리나에 정박, 입항을 시도한 17톤급 요트 등 2척은 11일 오후 모두 자국을 향해 출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요트 에이전트 통해 ‘식수·식량·경유’ 받아 버텨

한국 당국의 입국 불허로 항만에 닻을 내리고 우리 영해서 수 일동안 머문 일부 러시아인들은 식수와 생필품이 동이 나자 국내 요트 에이전트를 통해 생필품을 받아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1일 속초항을 통해 입항을 시도한 6톤 요트(20~40대 러시아 남성 5명 탑승)의 경우 입국이 허가되지 않자 출발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회항하려 했다. 그러나 때맞춰 동해안 일대에 발효된 풍랑경보 등 기상악화로 출항 2시간여 만에 울릉도 사동항에 닻을 내리고 머물렀다.

발이 묶인 이들은 입국절차 등을 대행해주는 국내 요트 에이전트를 통해 통선(通船)으로 물 100L와 경유, 3일간 식량을 조달받아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해상서 며칠을 버틴 이들은 11일 오후 1시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다시 출항했다.

◇손 흔들자 화답하기도…지역사회는 ‘놀란 가슴’

12일 오전 11시 현재 국내 항구도시를 통해 입국을 시도하려던 러시아 요트 4척 중 2척은 회항한 상태다. 나머지 2척은 포항 동빈내항에 1척, 포항신항에 1척이 정박하고 있는데 총 8명이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포항 동빈내항을 찾은 취재진이 요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자 선내에 있는 러시아 남성들이 손을 흔들거나 웃어보이기도 했다.

해경은 이들의 무단상륙에 대비, 입국 시도 당시부터 해경 경비정 등에 관할 이탈 때까지 모니터링 강화를 주문하고 관련 기관과 정보교환을 활성화하라고 주문했다. 또 각 지방해수청에 전탐감시와 CCTV 감시 강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포항과 속초 등 지역사회는 ‘러시아 요트피플’ 사태를 보고 놀랍다는 반응이다.

포항 남구에 거주하는 이모씨(35)는 “전쟁을 피해 온 불쌍한 사람들이지만, 요트를 타고 국내 입항을 시도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속초에 거주하는 유모씨(37)도 “해경의 감시망에 걸려서 다행이지, 이들이 무단으로 상륙, 거리를 활보했다고 생각하면 무섭다”며 “우리 영해에 대한 감시와 출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러시아 탈출러시 중간기착지 됐나

일각에서는 이들이 최근 러시아 정부가 선포한 예비군 동원령을 피해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동안 23명이 탑승한 러시아 요트 4척이 대한민국 영내에 입항했다“며 이들 모두 대한민국에 관광을 하겠다고 입국허가를 신청했지만 대부분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거절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번 사례를 보면 러시아 탈출이 급증할 경우 한국이 사실상 중간 기착지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외교와 인권 문제를 고려한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동해·포항=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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