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수 “마사회, 자정 노력 상실…법적·제도적 방안 마련해야”
한국마사회가 최근 5년 동안 구매자의 마권 구매 한도를 ‘1인 1회 10만 원’으로 제한한 규정을 위반해 사행산업감독위원회(사감위)로부터 시정조치를 9200여 건 받았지만, 계도·홍보 외에 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사회는 같은 기간 20조 7544억 원의 마권을 판매하는 등 불건전한 사행산업 문화를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이 사감위와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사감위로부터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마권 구매 상한 규정 위반과 관련해 현장 지도와 시정조치를 9210차례 받았지만, 구매 상한을 위반한 이용자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판매 직원을 징계하는 등의 시정 사례는 없었다.
마사회법 시행령 및 승마투표약관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마권 구매 상한 제도는 1회 구매할 수 있는 마권 금액을 10만 원으로 제한함으로써 과도한 베팅을 자제하고 건전한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사감위는 사행산업감독법 제18조에 따라 베팅 상한 위반 등 사행산업사업자의 준수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했을 시 처벌·징계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강제적인 제재와 사후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처벌 규정이 없는 만큼 마사회가 규정 준수를 위해 실효성 있는 조처를 해야 하지만, 마권 판매가 마사회 수익에 직결되기 때문에 홍보 포스터 부착 등의 책임 면피식 대응만 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전혀 없는 상태다. 같은 기간 마사회가 자체적으로 구매자의 구매 상한 초과를 위한 단속을 실시한 경우도 없었다. 마사회는 올해에만 3조 7230억 원 규모의 마권을 판매했다.
이에 따라 건전하게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회 마권 구매 한도액과 1일 마권 구매 한도액을 법령으로 정하는 한편 현금이 아닌 실명 인증을 거친 전자 카드로만 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등의 법적·제도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구매 상한 한도액이 비현실적이라면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함에도 마사회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하지 않고 있다”며 “마사회가 자정 노력을 상실한 현 상황에서 법적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