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알선수재와 뇌물공여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더라도 퇴직 후 일어난 범죄라면 퇴직수당과 퇴직연금 환수 및 제한은 부당하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지난 7월22일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퇴직수당 및 퇴직연금 환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방직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A씨는 지난 2012년 퇴직 무렵 B회사의 대표로부터 ‘공무원들에게 특허공법 선정 및 관급 자재 납품 등을 알선, 청탁해주면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승낙했다.
A씨는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 B사의 관급자재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준 대가로 약 3억1000여만원을 받았고, 이후 다른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지난 2018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징역형을 선고했고 같은 해 판결이 확정됐다.
연금공단 측은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A씨가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A씨에게 지급한 퇴직수당 및 퇴직연금 중 6700여만원 환수와 퇴직연금의 1/2 제한을 통지했다.
A씨는 형사판결의 각 범죄가 A씨가 퇴임한 이후 성립한 범죄로 ’공무원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연금공단 측의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위법하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선 A씨가 공직에서 퇴임한 후에 저지른 것이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선 A씨가 공무원 재직 중에 이미 알선수재죄를 범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는 A씨가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한 때에 성립한다며 형사판결에 언급된 A씨가 퇴직하기 전 B사의 대표를 만나 제안을 승낙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구체적인 알선수재죄가 이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판결 중 알선수재죄는 A씨가 공직에서 퇴직한 후 구체적인 영업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기 시작한 시기에 성립한 범죄로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