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이 불법 행위가 침묵과 방관, 불처벌로 남아있지 않게 책임자를 가려내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1일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판사 구회근)가 진행한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7명의 손해배상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양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체계적 강간’이라고 표현했다. 체계적 강간은 개인 대 개인의 강간이 아닌 전쟁 상황에서 발생하는 시스템에 의한 대규모 강간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수십 수만 명의 여성이 장기간에 걸쳐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됐다”며 “특히 일본군이 배치된 세계 곳곳에 한국 여성이 배치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대규모로 발생했고 오랜 시간이 흘러 개개인의 책임자를 가려내는 게 힘들다는 걸 안다”면서도 “그러나 일본 정부의 공권력 없이는 일어날 수 없었던 행위라는 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의 핵심은 결코 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 교수는 “피해자들에게 금전적 배상을 해준다고 해도 이미 50년이 지난 일이고 대부분이 돌아가셨다”며 “가장 중요한 건 책임자를 규정하는 것이며 이젠 일본 정부에 공적 책임이 있음을 분명하게 밝혀내 이 불법행위가 더 이상 침묵과 방관, 불처벌로 남아 있지 않음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위안부 생존자가 10여명에 불과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간이 오래 남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재판부가 직시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대한민국이 일본 정부에 민사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국가면제(주권면제)에 대한 재고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앞서 지난해 4월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주권 국가를 다른 나라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를 인정한다는 이유에서다.
양 교수는 “법원이 큰 부담을 가질 사안임을 안다”면서도 “국가면제 법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모든 것이 법의 망을 빠져나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이같은 상황이) 진정 국가면제 법리가 의도했던 가치일까에 대해 재고찰해 주길 바란다”며 “국가면제 법리에 갇히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역사적으로 아무런 책임자 없이 사라진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