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판교 대로에 마차가 나타났습니다. ‘IT 기업의 성지’에 웬 중세시대의 상징인 마차라뇨. 이 마차는 사실 카카오게임즈의 육성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운영에 뿔이 난 소비자들이 항의성으로 보낸 것이었습니다. 최근 넥슨, 스타벅스 등의 본사 앞에 항의성 메시지를 담아 보내는 ‘트럭 시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마차 시위’는 처음이네요.
이번 시위는 이용자들은 우마무스메가 말과 관련된 게임이라는 걸 고려해 기획했습니다. 말과 마차 대여를 위한 모금은 지난 23일 시작 30분 만에 목표치인 280만 원을 초과한 955만 원이 모였습니다.
지난 6월 일본 사이게임즈 제작으로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국내 출시된 육성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경마라는 참신한 소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7월 구글 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순항하는 듯 했으나 과도한 과금 정책, 한국판과 일본판의 차별, 회사의 운영 미숙. 한국판에서 지급되는 무료 게임 머니가 일본판보다 10만원 가량 적게 지급한다는 사실이 논란의 시작이었습니다. 일부 아이템 수령 기간도 일본은 1년으로 정해져 있으나 국내는 1개월 뿐이라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이런 논란으로 인해 우마무스메는 구글플레이 평점이 1.1점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취재 가는 길에 비가 계속 내렸으나 시위를 시작할 때 잠시 비가 멎었습니다. 현장에는 기자들과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말 시위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 있었습니다. 처음엔 마차가 어느 방향으로 올지 몰라 좌우를 살펴보고 있었으나 이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말을 발견했습니다. 검은 말이 끌고 있던 마차 현수막엔 ‘무책임한 공지 계속되는 유저기만 우마무스메 방만 운영’, ‘카카오는 천고마비 운영방식 소통 마비 유저들은 정신혼미’ 등 운영진들의 소통을 요구하는 비판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마차가 도로에서 멈춰 있을 수 없어 계속 이동하다 보니 방송 스트리머들과 기자들, 구경하러 온 우마무스메 이용자들도 말과 함께 달리는 현실 우마무스메가 펼쳐졌습니다.
마차 시위는 오후 4시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카카오게임즈 근처에 있으면 판교를 질주하는 말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한편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시위 관련 이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개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수원=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