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 경찰이 기승을 부리는 깡통전세 사기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경찰이 합동 분석 및 단속에 나선 가운데 서울시는 지역별 전세가율을 공개했다.
24일 정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일명 ‘깡통전세’로 불리는 전세사기 피해는 매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HUG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이를 대신 변제해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보험을 운영 중인데, 사고피해액과 대위변제액규모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1~7월 사고액은 4279억원(2016건)으로, 지난해 5790억원(2799건)의 약 74%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대위변제액은 3510억원(1622세대)으로, 지난해 5040억원(2475세대)의 약 70%를 차지한다. 사고액과 대위변제액 모두 연말이 되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늘어나는 피해에 범정부 차원 대응도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HUG·한국부동산원이 합동 분석한 전세사기 의심 정보 1만3961건을 경찰청에 제공했다. 이 중 보증금 돌려막기·편취 등 사기 의심사례는 1만230건(임대인 825명·보증금 1조581억원)에 달한다.
일례로 임대인 A씨는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500여명에게 1000억원 규모의 깡통전세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뒤, 변제능력 없는 타인에게 주택을 넘기고 잠적했다. 아파트 1동을 전부 소유한 임대인 B씨는 담보대출 연체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게 됐음에도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30여명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을 편취했다.
이밖에도 국토부는 HUG가 대위변제한 이후에도 채무를 장기 미상환한 집중관리 채무자 관련 정보 3353건(임대인 200명·대위변제액 6925억원)도 경찰에 넘겼다. 이중 금액의 65%를 차지하는 2111건(26명·4507억원)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제공받은 정보를 토대로 기존 사건 처리 및 신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한 경찰은 신고·첩보 300여건에 대해 내·수사를 진행 중으로, 이달 17일 기준 44명(34건)을 검거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취임 직후 전세사기와 같은 악성사기 사건을 ‘국민체감 약속 1호’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전날(23일) 홈페이지에 ‘전월세 정보몽땅’을 신설하고 구(區)별 전세가율·전월세전환율을 공개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로, 통상 80%가 넘으면 깡통전세 확률이 높은 것으로 해석한다.
서울시가 공개한 2분기 구별 연립·다세대(빌라) 신규계약 전세가율은 평균 84.5%로, 25개 자치구 중 21곳에서 80% 이상으로 집계됐다. 전세가율이 90%를 넘긴 지역은 △강서구(96.7%) △금천구(92.8%) △양천구(92.6%) 3곳이다. 뒤를 이어 △관악구(89.7%) △강동구(89.6%) △구로구(89.5%) 순으로 높았다.
새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전세사기 근절 의지를 밝혀왔다. 전세사기 대부분이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청년·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을 타깃으로 이뤄지는데, 대출자금을 포함한 수 억원의 피해액이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경제적 살인’에 가깝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전세사기 대책 마련 및 엄정 대처를 주문했다.
앞서 정부는 관련 대책 일부를 밝힌 상태다. 우선 다자녀·청년·신혼부부 등 사회배려계층의 HUG 보증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보증료를 50~60%까지 10%포인트(p) 추가 할인하고 이를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연내 국회 법 개정을 통해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는 ‘나쁜 임대인’ 명단 공개를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 중 공공·민간 시세정보를 활용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오는 9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추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세청과 협력해 세입자가 집주인의 체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앞서 발표된 대책의 후속조치가 담길 전망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