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갈등이 정국을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26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 등 경찰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군 항명과 같은 무게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앞에서 ‘경찰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대통령께서는 출근길에 경찰들의 집단 목소리를 놓고 국가의 기강문란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진정 국기문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며 “윤석열 정부 아니냐. 대통령께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으면 이런 상황이 왔겠느냐”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본인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는 오만과 독선을 부리고 있다. 대통령께서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국정에 혼란을 끼쳐온 것에 대해서 대국민 사과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경찰국 신설을 위한 정부의 시행령 처리와 관련해 “경찰들이 ‘하나회 12‧12쿠데타’ 같은 발상을 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측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야말로 ‘행정 쿠데타’ 같은 발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보통 40일씩 입법 예고 기간을 갖는데 4일 만에 전광석화같이 군사작전 치르듯 경찰국 신설을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장관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의 12‧12쿠데타’에 빗대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에는 행안부 장관이 치안사무를 관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어디에도 없다. 많은 분들이 법률적으로 잘못된 것을 왜 이렇게 무도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며 “국민들께서 법률적, 절차적 하자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의 대기발령 조치 등과 관련해서도 “대통령과 이 장관, 경찰청장 후보자가 (회의 참석자들에 대해) 징계조치를 취하는 것도 너무 과도하다”며 “당장 징계 조치를 철회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뒤 기자들을 만나서도 윤 대통령의 ‘국가 기강문란’ 발언에 대해 “국기문란을 자초한 사람은 대통령과 정부다. 이를 왜 경찰 탓으로 돌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결국 모든 것의 뒷배는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이 왜 무도하게 밀어붙이는지 궁금했는데 결국 대통령 지시를 받아서 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이 극단적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이어 30일 경감, 경위 중‧초급 간부들이 회의 개최를 제안했고,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며 “서장 회의는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고 있는 집단행동이며, 이들은 경찰 지도부의 해산 명령에도 불복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경찰의 집단행동에 대해 “경찰은 군과 마찬가지로 총을 쥐고 있는 공권력이다. 그 어떤 항명과 집단항명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군대가 제도 개혁에 반발해 위수 지역을 벗어나 집단행동을 한다면 용납할 국민이 어디 있겠나. 군의 항명과 경찰의 항명은 같은 것이며, 같은 무게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권 원내대표는 “일부 경찰이 조직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해 민주적 통제를 받겠다고 하는데 궤변”이라며 “현재 경찰위원회 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변 출신들은 승승장구하며 사법부를 장악했고, 경찰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이런 기관의 통제를 받는다면 이것은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민변의 통제”라며 “대한민국 경찰이 이런 인사의 통제를 받아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치안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선동 정치일 뿐”이라며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해 경찰을 장악했던 민주당은 야당이 되자마자 안면몰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은 불법적 집단 항명을 하고 있고, 민주당은 편법적인 집단 방탄을 하고 있다. 권력을 쥐고 국민을 속여서 법을 유린하려는 것”이라며 “법을 무력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법과 원칙에 의해 심판 받아야 한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형사 처벌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