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탓’ vs ‘이재명 탓’.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하루 동시다발적으로 대선과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를 반성문을 써냈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조국 사태 등을 핵심 패배 원인으로 꼽은 반면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결국 후보의 문제”라며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일제히 쇄신을 위한 새 리더십의 필요성이 강조된 가운데 이재명 의원을 향한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도 쏟아졌다.
● 패배 원인 두고도 친명·친문 “서로 네 탓”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재선의원 그룹 토론회에서 친명과 친문 의원들은 서로 “문재인 탓”, “이재명탓”을 하며 정면 충돌했다.
친명계 김병욱 의원은 발제자로 나서 “좋은 조건에서 출범한 정부가 가장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는 부분이 (패배 원인의) 핵심”이라며 “후보 책임이 없다고 얘기할 수 없지만 대선과 지방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70, 80%”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책도 꼬집으며 “김현미 전 장관이 3년 6개월 재임했더라”며 “부동산 문제가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감각하게 국민의 소리가 일부 부자들의 아우성으로 폄훼하거나 재단했다”고 했다. 역시 친명계인 임종성 의원도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지적하며 “‘우리 정부는 잘했다’ 시그널만 계속 나왔다”며 “사과하는 자세를 보였다면, 대선이 좀 더 수월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친문 신동근 의원은 이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를 패배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상식적 논리를 떠나 코미디”라면서 당 내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성도 자성도 없고 이상한 세력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열린 민주당 최대 규모의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토론회에서도 이재명 책임론이 나왔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 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정권 교체 여론으로 나타났고 (어려운) 선거구도를 규정했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관되게 40%를 넘은 조건에서 대선 패배는 후보 요인을 배제하고 설명하기 어렵다. 대선은 미래 투표고 결국 후보 몫이 크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 의원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후보 지지율 상승을 누른 결정적 요인”이라며 “문제를 인정하고 이해를 구하기보다 거꾸로 (대응이) 공격적이라는 인식을 준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 친명·친문 당권 제동걸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도 이어졌다. 김 소장은 “5년 뒤 국민의힘에선 40대인 이준석 대표와 50대 초반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60대 초반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 네 명이 경쟁해 후보를 정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이재명 의원 한 명을 4년 내내 끌고 가서 다음 대선을 치르면 ‘이회창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있느냐”고 우려했다.
재선그룹 토론회에서 조응천 의원도 “대선과 지방선거에 책임 있는 분들은 이번에 (전당대회에) 나올 차례가 아니다”라며 이 의원 뿐 아니라 친문 진영의 전해철, 홍영표 의원 등 모두가 불출마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더민초 토론회에서도 다수의 초선 의원들이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은 전당대회에 불출마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연이은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분과 계파 갈등을 유발하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많은 수의 의견으로 모였다”면서 “새롭고 참신한 지도부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친명계 의원은 “이 의원이 당내 여러 의견을 들으며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며 “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 의원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