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설레고 벅찹니다”
“보시면 바로 알아보시겠어요?”
“네, 전쟁터에서 13개월을 함께한 전우입니다”
51년 만에 떨리는 목소리로 전우의 이름을 부르는 노병, 달려 나오며 거수경례를 하는 전우 둘은 그렇게 끌어안고 한동안 흐느꼈다.
14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베트남전쟁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참전용사 여섯 쌍(12명)이 반세기 만에 상봉을 한 것이다. 이 행사는 2020년 5월부터 국가보훈처가 유튜브를 통해 전우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전용사 6명의 사연을 토대로 그들의 전우를 찾게 되어 마련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이 미뤄지다가 오늘 만남을 갖게 되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인생의 가장 빛나는 젊은 시절 조국의 부름을 받고 목숨을 걸고 국위를 선양하신 참전용사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그리워하던 전우를 만나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고 인사말을 했다. 행사 사회를 맡은 방송인 박경림씨는 노병들의 감동적인 재회 순간마다 울먹이는 어투로 진행을 이어갔다. 박씨는 “저희 아버지도 베트남 전쟁 참전유공자시다. (보고 싶다 전우야) 캠페인 제목부터 마음이 움직였다. 인생에서 ‘한 사람 정도는 마음에 품는다’고 하는데 생사가 넘나드는 전장에서 만난 인연은 오죽하겠느냐”고 소감을 이야기 했다.
“백충호가 최고야”
“아니야 아니야 김창호가 최고야”
“아니야 아니야 백충호가 최고야”
12명 중 개인사정으로 백충호(77)씨는 행사에 불참했지만 그가 찾던 김창호(80) 당시 소대장은 행사장에 나왔다. 여기서 김씨는 50년 전 전쟁에서 소대원들 모두가 큰 부상 없이 무사했던 공을 “백충호가 최고야”라며 말하자 사회자 박경림씨가 재치 있게 맞받아치고 다시 김씨가 백씨를 치켜세우자 행사장에 웃음꽃이 피었다. 한편 김성업(79)씨와 당시 전우인 권오천(78)씨는 무대에서 당시 유행했던 노래를 부르자 나머지 노병들도 박수를 치며 노랫가락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감동과 웃음이 있었던 상봉 순간을 마치고 2부에는 자리를 변경하여 전우들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취재진에게 “죽기 전에 ‘언젠가는 꼭 보고 싶다’는 꿈, 그 간절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며 어깨동무를 하고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우를 찾고 싶은 베트남 참전 용사들은 국가보훈처 소통총괄팀 또는 전자우편으로 ‘보고싶다, 전우야’ 프로그램에 사연 소개를 신청하면 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