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남들보다 술을 적게 마시는 사람이 알코올성 간질환에 걸리는 이유가 유전 가능성일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27일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팀에 따르면 알코올성 간염의 원인이 선천적인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항산화작용(방어인자)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
그동안 알코올성 간염은 흔히 알려져 있는 알코올 분해효소(공격인자)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우리 몸은 술을 마시면 간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전을 작용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어기전이 유전적으로 약하면 남들보다 술을 적게 마셔도 간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알코올성 간 질환의 새로운 원인 규명으로 인정받아 간 연구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간장학’(Hepatology)에 ‘알코올성 간질환의 개인별 질병 감수성에 관한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 연구 : 한국 유전체 역학 연구’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40세에서 79세까지 한국유전체역학연구(KoGES) 대상자 2만1919명 유전자를 분석했다.
대상자를 알코올성 간염이 있는 군과 없는 군 등 2개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별로 ▲비음주군 ▲적정 음주군 ▲중증 음주군 등 총 3개 군으로 다시 나눠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유전체의 단일염기변형(SNP) 발현이 각 환자군마다 유전자 변이가 다르다는 점을 파악했다.
술을 적게 마시거나 많이 마시는 것과 상관없이 알코올성 간염 환자군에게 간 해독과 항산화작용을 담당하는 효소인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GT) 유전자 변이’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또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적정 음주군 내에서도 알코올성 간 질환이 있는 경우 HNF1A, ZNF827 유전자 변이 및 발현이 억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즉 같은 술을 마셔도 누구는 간 질환에 걸리고, 누군가는 걸리지 않는 유전적으로 강한 금수저가 따로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강한 방어인자도 지나친 음주를 할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유전자만 믿고 과도한 음주를 반복하면 결국 간염과 간경화 등 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알코올성 간염이 공격인자(알코올 분해효소)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에서 자기 몸을 보호하는 방어인자인 HNF1A, ZNF827 유전자 변이 및 억제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새롭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음주 다음 날 콩나물이나 황태해장국이 좋은 것은 알코올 분해보다 글루타치온 등 항산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숙취를 위해 항산화효과가 더 좋은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 주스를 마시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원=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