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이요? 올해도 ‘코로나 종식’이죠.”
지난해 1월부터 2년간 코로나19와의 사투를 벌인 일선 자치구 보건소. 가파른 확산세에 긴장감만 흐르는 선별진료소에도 임인년 ‘검은 호랑이’가 찾아왔다.
이곳에서 만난 코로나 의료진들은 하나같이 코로나 종식을 기원했다. 형식적인 답변을 넘어선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소망이었다.
광주 광산구보건소 소속 김세은 주무관(25·여·보건행정과)은 새내기 티를 막 벗은 9개월차 간호공무원이다.
지역 한 병원에서 근무하다 최일선에서 주민들의 방역 업무를 하고 싶어 보건소 발령을 자처했다고 한다.
업무에 대한 열정 넘치던 김씨는 올해 소원으로 ‘가족과의 식사 한끼’를 손꼽았다.
그는 “코로나 업무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선 단단히 각오했었다”며 “하지만 가족과 자주 만나지 못하는 점은 극복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시민들의 이상반응을 수시로 점검하는 업무를 하고 있지만 연장근무, 주6일 근무는 당연시된 지 오래다”며 “칼퇴는 고사하고 개인적인 시간, 특히 가족들과의 저녁 식사 한끼가 너무 그립다”고 아쉬워했다.
백신 접종율이 올라가면서 이상반응 신고자도 늘었고, 업무량 또한 증가했지만 가장 힘든 것은 ‘민원’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정부의 방역수칙 내지는 지침은 수시로 변하고 있다”며 “이를 인지하지 못한 민원인들의 고성과 욕설이 의욕을 가장 떨어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1차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보인 분들이 2차 접종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분들이 방역패스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민원이 많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 북구보건소 소속 선별진료소 근무자는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의료진들의 처우 개선을 희망했다.
그는 “지난 2020년에는 휴식도 하고 싶고, 잠도 자고 싶었다”며 “하지만 이런 소망은 모두 코로나19가 종식돼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검사라는 것이 실내에선 불가능한 일이기에 실외인 선별진료소의 근무 환경이 나아졌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또 “겨울철 난방기구 하나에 의존하는 의료진들은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근무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확산세도 가파라 하루 평균 2000명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새벽 출근길, 아이들이 눈에 밟혀 미안하다고 했다.
이 의료진은 “출근하기 직전 자고 있는 초등학생 아들의 얼굴을 보면 울컥하기도 한다”며 “엄마로서 교육적으로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 모두가 자신의 가족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방역수칙을 지켰으면 좋겠다”며 “하루라도 빠르게 코로나 종식을 앞당기는 것이 우리가 행복한 한 해를 보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남지역 일선 자치구 보건소 의료진들 역시 ‘코로나가 없는 일상으로의 회복’을 염원했다.
순천시청 감염병관리과 강연화 주무관(35)은 “새해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도 “코로나가 2년 가까이 진행되다 보니 시민들의 방역 의식이 느슨해진 것 같다”고 방역수칙 준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수시청 보건산업과 김선 주무관(40)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국민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힘들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할 때면 나 역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라는 속담처럼 어려운 일을 겪고 나면 시민 모두가 더 강해질 것”이라며 “보건소 직원들도 코로나19 최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새해에는 개개인이 방역수칙을 잘 지켜내서 모두가 이 위기를 지혜롭게 이겨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