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요구 홧김 방화…‘종로 여관 참사’ 어이없는 전말

8


“여자 불러달라” 요구 거절 당하자 앙심 품어

경찰 설득에 일단 돌아간 뒤 휘발유 사서 와

만취 상태 아니었는데도 1층 출입구 불질러

직접 112 전화해 “내가 방화했으니 잡아가라”

‘왜 그랬나’ 기자 질문에 울부짖듯 신음소리만

불행의 불씨는 20일 새벽 2시께부터 타올랐다. 이 시각 경찰에는 종로의 한 여관에서 유모(52)씨와 여관주인 김모(71·여)씨의 신고가 비슷한 때에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유씨는 오전 2시7분께 “여관주인이 숙박을 거부한다”며, 김씨는 바로 뒤이어 “술 먹고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다”며 각각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는 유씨는 동료들과 얼큰하게 술을 마신 뒤 종로5가 근처 여관골목을 찾은 터였다. 유씨는 여관이 밀집된 골목에 들어선 뒤 아무 여관에나 들어가 “여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영업한 지 30년이 넘은 낡은 여관 ‘서울장’이다.

출동한 경찰이 유씨에게 성매매 및 업무방해로 처벌될 수 있다며 설득하자 유씨는 이에 수긍하는 듯하며 2시26분께 사건 현장을 떠났다. 이때만 해도 그가 휘발유통을 들고 다시 이 곳을 찾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당초 만취 상태로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유씨는 술을 마시긴 했지만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은 상태였고 경찰 출동에도 행패를 부리지 않고 여관 앞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그는 여관을 떠난 그 길로 택시를 잡아타고 혜화로터리 근처의 한 주유소를 찾아가 휘발유 10리터를 사서는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새벽 3시8분 여관 1층 출입구에 휘발유를 뿌린 후 수건에 불을 붙여 던졌다. 불길은 금세 맹렬한 기세로 번져갔다.

방화 직후 유씨는 직접 112에 전화를 걸어 “내가 여관에 방화를 했다. 약국 앞 도로에 있다. 여관에 투숙하려고 했는데 안 돼서…”라며 직접 신고를 했다. 다시 출동한 경찰은 인근 대로변에서 서성이던 유씨를 붙잡았다.

소방관들은 신고를 받자마자 오전 3시11분 서울장여관에 최초 도착했다. 뒤이어 소방차 총 50대와 소방관 208명이 신속하게 출동해 오전 4시4분에 완전히 불길을 잡았다. 다행히 인근 건물로 피해가 확산되지는 않았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를 요구했는데 주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아 화가 나서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화마는 삽시간에 2층짜리 노후 건물을 집어삼켰다. 인근 상인들이 즉각 가지고 있던 소화기 10여대를 동원해 불을 끄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불길은 5명의 사망자와 4명의 중상자, 1명의 경상자를 낸 뒤에야 약 한시간 만에 잡혔다.

“유족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사상자가 10명이나 된다” 등의 취재진 질문에 유씨는 울부짖는 듯한 신음소리만을 낸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서울=뉴시스】

창닫기

기사를 추천 하셨습니다성매매 요구 홧김 방화…‘종로 여관 참사’ 어이없는 전말베스트 추천 뉴스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