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한 범국민적 연합으로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교회 예배당 등 종교시설을 활용한 아동돌봄 정책제안에 타 종교의 동참을 요청하며, 정부와 국회의 관심과 협조를 촉구했다.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공동총재:권순웅, 오정현 목사 등, 이하 출대본)가 1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 1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출대본은 지난해 8월 ‘행복한 출생, 든든한 미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종교계와 학계, 교육계, 재계, 시민단체 등 각계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범국민 조직으로 출범한 바 있다.
출대본은 지난 1년간 저출생 극복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토론과 세미나 등을 잇달아 개최했고, 대국민 캠페인 등을 전개하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힘썼다. 특히 저출생의 원인이 되는 돌봄 공백 현상에 주목, 종교시설 내 아동돌봄이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며 3000여 교회에서 27만여 명의 서명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번 1주년 기념식 역시 저출생 대책 서명운동의 취지를 알리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종교의 역할을 모색하는 데 집중했다.
이날 인사말을 전한 출대본 공동총재 권순웅 목사(예장합동 직전 총회장)는 “나라가 큰 위기를 겪을 때마다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분연하게 일어나 대처했다”며 “지금 저출생으로 인한 국가 소멸의 위기 속에서 우리 종교계는 다시 온 힘을 다해 거룩한 운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종교계의 활동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영상으로 전한 축하 인사에서 “저출생 현상은 노동시장, 교육비, 돌봄, 주거 문제, 지역 불균형 등 여러 문제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 우리 사회가 함께 손잡고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독교계에서 시작된 불꽃이 불교와 원불교를 비롯한 온 종교계로 빠르게 확산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환한 길이 되고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여야 국회의원인 이채익 의원(국민의힘)과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축사를 보냈다.
정부를 대표해 현장에 참석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윤석열 대통령) 김영미 부위원장은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종교계에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김 부위원장은 “저출생 문제 해결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하지만,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실질적인 대안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준 곳은 종교계가 유일하다”라면서 “이 문제 극복에는 진영과 이념, 종교가 따로 없는 만큼, 갈등이 심각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길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 인구 위기의 핵심으로 가치의 위기를 꼽은 그는 “가족이 소중하지 않고, 그 이전에 가족과 함께하는 기쁨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이 시대 청년들의 상황이 중요하다. 청년들의 낙심한 마음을 잘 보듬고 안아주는 역할도 종교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이 가치를 회복하는 일에 종교계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부탁했다.
기념식에서는 기독교를 비롯해 불교와 원불교 등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초저출생시대 아동돌봄을 위한 종교의 역할’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기독교를 대표해 패널로 참여한 최일도 목사(다일복지재단 이사장)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말씀처럼, 우리부터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주일에는 예배, 주중에는 돌봄으로 전국 교회가 함께 마음을 모으고, 거기에 불교와 원불교, 천주교까지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패널들은 입을 모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인구 위기는 종교를 초월해 함께 극복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면서 “종교계가 손을 맞잡고 건강한 가족 문화 확산과 국민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출대본은 1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앞으로 정기적인 종교 간 열린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아동돌봄 입법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통해 대 정부, 정치, 문화, 교육계 등 초저출생 극복을 위한 전방위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