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무기거래에 강력 경고 메시지
김정은, 러 수호이 전투기 공장 찾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러 정상회담 직후 러시아 철도와 항공, 금융기관 등 150여 기업과 개인에 대한 무더기 제재를 단행했다. 특히 러시아가 서방의 고강도 경제 제재를 피할 수 있도록 지원한 동맹국의 기업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14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러시아 최대 자동차 기업 압토바스(AvtoVAZ) 등 100여 개 기업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반도체, 철도·항공 부품업체 등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는 이른바 이중 용도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타깃이 됐다.
재무부 제재에는 튀르키예, 조지아, 핀란드,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 동맹국 기업 및 개인들도 다수 포함됐다.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 온 튀르키예의 회사 5곳은 러시아 무인기와 순항미사일 등에 사용되는 핵심 품목 등을 운송하거나 반도체 이전을 지원했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국무부도 이날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과 연계해 북-러 무기 수송에 관여한 인물을 포함해 70여 명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대규모 제재를 두고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부터 북-러 무기 거래 움직임에 대한 첩보를 공개하며 추가 제재를 예고해 왔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5일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로 이동해 첨단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Su)-57 등 군용기를 생산하는 ‘유리 가가린’ 공장을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부총리 겸 산업통상장관과 함께 전투기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시험 비행도 참관했다.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6일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하면서 러시아 공중우주군 소속 제22 근위전투기항공연대가 주둔한 공군기지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길에 우주 및 군사 시설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어 북한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무기 및 군사 기술을 거래하기로 합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