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회 총회를 1주일 앞둔 가운데 교단 내 시선이 총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배광식 목사)로 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총회장에 출마했던 이이복 장로가 선관위원 주홍동 장로를 통해 심의분과장 이종철 목사에게 1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이른바 ‘선관위 1000만원 게이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본지의 보도로 해당 사건이 큰 파장이 일어난 후에도 1000만원을 언제 어떻게 전달됐는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관위 1000만원 게이트’의 진상을 살펴보자.

증거 있지만 의심 커져

‘선관위 1000만원 게이트’의 쟁점 인물은 이이복 장로, 주홍동 장로, 이종철 목사, 3인이다.

이이복 장로는 주홍동 장로에게 1000만원을 준 적 없고 청탁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선관위는 이 장로가 주 장로를 통해 이종철 심의분과장에게 1000만원 전달했다고 판단하고, 이 장로를 후보에서 탈락시켰다.

그렇다면 주홍동 장로가 이이복 장로에게 1000만원을 받은 경위를 밝혀야 한다. 하지만 사실 파악이 쉽지 않다. 주 장로가 답변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로에게 언제 어떻게 1000만원을 받아서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주 장로는 “노 코멘트”라고 답변했다. 1000만원은 실제하는 데, 전달 사실이 불분명한 상황인 것이다.

주홍동 장로가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으면서, 이이복 장로에게 돈을 받아 전달했다는 주장도 의심을 받고 있다.

이이복 장로와 주홍동 장로는 가까운 관계이다. 두 사람은 수도권장로회연합회에서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이종철 심의분과장도 “두 사람이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수도권장로회연합회 때부터 (둘 사이에)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주 장로는 잠시 이 장로 선거캠프에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홍동 장로는 이이복 장로와만 가까운 게 아니다. 다수의 장로총대들은 주홍동 장로가 이이복 장로의 경쟁자인 부총회장 후보 김영구 장로와도 바나바선교회에서 같이 활동했던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다.

이이복 장로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이이복 장로의 결백을 믿는다”면서, 이 장로가 주홍동 장로를 통해 이종철 심의분과장에게 1000만원을 전달했다면 본인들이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이복 장로의 측근으로 선거캠프에 있었던 모 장로는 “이이복 장로가 1000만원을 전달했다면 주홍동 장로보다 나나 다른 캠프 관계자와 먼저 상의했을 것”이라며, “선거캠프에 있던 모든 사람이 1000만원 전달 건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후보는 탈락, 선관위원은?

이종철 심의분과장은 8월 19일 주홍동 장로가 이이복 장로의 청탁을 받아 1000만원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종철 심의분과장은 8월 19일이 토요일이라서 3일 후인 22일에 선관위 담당 총회직원을 통해 총회금고에 1000만원을 보관했다고 밝혔다. 1000만원은 현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맛있는교회’라고 적힌 교회 봉투 2장에 나눠 두툼하게 넣어져 있었다고 한다. 맛있는교회는 주홍동 장로의 사위가 담임목사로 시무하는 교회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9월 4일 이이복 장로의 후보 탈락을 결정했다. 1000만원을 총회금고에 보관한 8월 22일부터 9월 4일 전까지 선관위는 전체회의와 심의분과회의를 각각 한 차례씩 열었다. 먼저 심의분과회의가 8월 30일 저녁 초량교회에서 열렸는데, 1000만원 전달 건이 논의돼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어 8월 31일 초량교회에서 가진 선관위 전체회의에서도 1000만원 전달 건이 논의됐고, 이이복 장로를 재심의하기로 했다. 재심의 끝에 9월 4일 실시된 선관위 표결에서 이이복 장로는 11명 전원 일치로 탈락했다.

여기에서 선관위의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주홍동 장로에 대한 조치다. 이이복 장로가 주홍동 장로를 통해 1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판단했다면, 주 장로는 금품전달 사건의 공범인 셈이다. 당연히 선관위는 8월 31일 전체회의에서 주홍동 장로의 선관위원 자격을 정지시키거나 박탈하는 게 마땅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홍동 장로는 이이복 장로의 부총회장 후보자격을 심의하는 표결에도 참여해 ‘탈락’에 표를 던졌다. 당시 선관위원들은 11 대 0 전원일치로 후보자격 탈락을 결정했다. 이이복 장로를 위해서 1000만원을 전달한 선관위원이 ‘이 장로가 불법으로 금품을 제공했다’며 탈락시킨 것이다.

솜방망이 처리로 의심 자초

이런 소식이 교단 내에 퍼져 공분을 사게 되자, 선관위는 9월 7일 주홍동 장로의 선관위 회의 참석 배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징계도 아닌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선관위에 비판이 더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장로총대들이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모 장로총대는 “현역 선관위원이 금권선거의 공범인 엄청난 사건이다. 선관위원 자격뿐만 아니라 총대 자격을 영구 박탈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선관위는 철저한 조사를 위해 총회에 주홍동 장로에 대한 조사처리 청원도 해야 한다. 그런데 겨우 회의 참석 배제라니, 이래서 선관위에 대한 의심이 지워지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주홍동 장로는 9월 11일 선관위에 참석해 회의 참석 배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주홍동 장로는 “내가 불참한 회의에서 회의 참석 배제 결정을 내린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선출직 선관위원을 회의에서 배제할 수 있냐”고 따졌다. 본지 기자가 주 장로에게 제108회 총회에서 ‘선관위 1000만원 게이트’에 대한 조사처리위원회가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자, 그는 “그렇다면 나뿐만 아니라, 심의분과장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논란이 지속되자 11일 주홍동 장로의 선관위원 직무를 정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