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막바지인 7일부터 사실상 업무 복귀에 준하는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진작을 위해 일주일 휴가 기간을 유지하되, 참모들로부터 상시 보고를 받으며 현안을 챙길 예정이다. 휴가를 마친 후에는 인적 개편 등 하반기 국정 메시지를 밝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대통령실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남은 이틀(7~8일)간의 휴가 기간 중 ‘총체적 부실 운영’ 논란을 빚고 있는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새만금 잼버리) 대회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현장 방문을 고려하는 것은 ‘잼버리 사태’의 심각성 때문이다.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에도 주요 참가국의 조기 퇴영이 잇따르는 등 분위기가 가라앉자, 윤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 성공적인 대회 진행을 약속하고 참가자들을 격려한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2일(잼버리 개영식 참석)도 그렇고, 남은 휴가 기간에도 어떤 일정은 공식 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휴가 중 잼버리 대회장을 찾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실무진 차원에서 여러 가지 검토는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휴가 중) 새만금 대회장을 찾는 방안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참가국들이 줄이탈을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현장 행보는 파급력이 있고 대회 정상화에 대한 사인을 (참가국들에) 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윤 대통령은 6박7일의 휴가 중 나흘 간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챙기며 ‘일하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인 2일 전북 부안군 세계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한 후 관계기관에 “시설 및 안전 대책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새만금 잼버리가 대회 첫날부터 준비 미흡과 부실 운영 실태를 노출하자, 윤 대통령은 4일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고,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고 현장의 문제점들을 정부 모든 부처가 총력을 다해 즉각 해결하라”고 했다.
하루 뒤인 5일에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캠핑장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 수 있는 관광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가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은 주말인 6일에도 한 총리와 이 장관에게 새만금 잼버리 현장 상황을 보고 받고 “무더위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라며 “특히 식중독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하게 살펴달라”고 참가자들에 대한 안전 관리를 거듭 강조했다.
특히 ‘조기 퇴영’을 결정한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과 관련해 “서울과 평택에 머물고 있는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학생들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영외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겨달라”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에 당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휴가 중에도 새벽부터 밤까지 잼버리 사태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자치단체나 기업들, 국민들과 협력해서 12일까지 예정된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9일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면 새만금 잼버리 부실 운영,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 당면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국정 방향성을 밝히고, 일부 장관 및 수석비서관을 교체하는 2차 개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차 개각 대상에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거론된다. 특히 잼버리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할 가능성이 높다. 여가부는 잼버리 대회 주무 부처였지만, 사태 수습을 하지 못하고 한발 물러난 모양새가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잼버리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행사를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사후적으로 이번 사태의 리뷰(책임 소재 파악)를 세게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현장 대응과 시설 문제, 폭염·폭우에 대한 사전 대비가 충분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지난달 31일 해임 건의된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관리청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곧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통령실 비서관들은 정부 부처로 재배치돼 인사 발표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과 오는 18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도 당면 현안이다. 세 정상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 간 만남을 정례화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3국 미사일 방어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