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때문에 서울에 왔다가 이제 내려가려 하는데 열차가 갑자기 지연됐네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왔는데 당황스럽습니다.”
충남 천안에 거주 중인 양모씨(남·24)는 30일 오후 7시53분 부산행 KTX 열차를 타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서울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서울역 역사 전광판에 뜬 ‘열차 지연 공지’를 보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양 씨는 “원래 15분 전에는 플랫폼 공지가 나오는데 비 때문에 그런지 아직 소식이 없다”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KTX와 1호선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50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KTX·새마을호 서울역~금천구청역 상·하행선 운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KTX와 일반열차 17개, 1호선 전동열차 18개가 지연됐다.
코레일은 현장에 직원을 보내 안전 사항을 확인한 후 오후 7시15분부터 운행을 재개했다.
갑작스러운 열차 운행 중단 공지가 방송으로 안내되자 서울역 대합실 내 승객들은 초조한 눈빛으로 전광판을 바라봤다. 한 시민은 급하게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더 늦을 거 같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몇몇 시민들은 팔짱을 끼고 불안한 듯 전광판 앞을 서성였다.
부산 거주 중인 백모씨(여·31)는 “약속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다가 이제 집에 내려가려 하는데, 열차가 갑자기 지연돼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김모씨(남·46)는 “12분 정도 지연됐다고 하는데 더 늦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비가 온다고는 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전국 곳곳엔 ‘폭염 경보’가 내려지는 등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서울의 수은 주는 오후 한때 35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대기 불안정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기상청은 급기야 오후 6시25분 서울 서남권에 호우 경보를 내렸다. 6시50분엔 서울 서북권, 7시엔 경기도 고양시로 확대했다.
서울 서남권은 이날 밤까지 많은 곳은 60㎜까지, 서북권은 80㎜까지 내리는 곳이 있겠다. 경기도 고양시도 많은 곳은 80㎜까지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또 서울 동북권, 경기·광명시·부천시·고양시, 충북 청주, 충남 공주, 전북 부안·익산·김제·전주·완주, 강원도 영월 평창 평지에는 호우주의보를 내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