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지 2년여 만에 처음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2020년 2월부터 오늘에 이르는 2년3개월에 걸쳐 굳건히 지켜온 우리의 비상방역전선에 파공이 생기는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 발생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8일 평양의 ‘어느 한 단체’에 소속된 유열자(열이 있는 사람)들에게 채집한 검체를 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의 하나인 ‘오미크론’과 일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바이러스 유입 경로와 확진자 수 등 다른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그동안 주민 가운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1명도 없다고 주장해왔던 상황. 따라서 북한의 이번 ‘오미크론 확진자 발생’ 보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선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 관련 사실을 공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내 바이러스 유입 경로로는 우선 올 1월 운행을 재개한 북중 간 화물열차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북한은 중국발(發)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 1월 말부터 북중 접경지를 통한 주민 왕래와 외국인 입국을 전면 차단하고, 중국·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과 국제열차 운행도 원칙적으로 중단하는 극단적인 봉쇄조치를 취했던 상황.
그러던 중 북한은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그 확산세가 잠잠해지던 올 1월 중순부터 평안북도 신의주와 압록강 건너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오가는 화물열차 운행을 일부 재개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의 물적 교류를 위해 국경을 개방하면서도 인적 교류까진 재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4개월 간 열차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최소한의 필요 물자만 받아들인 뒤 의주비행장에 설치된 대규모 검역시설에서 장기간 자연 방치해두는 방식으로 검역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단둥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심각해지면서 거의 매일 운행하던 북중 화물열차도 지난달 말 다시 중단됐다. 이 시기에 즈음해 중국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내내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 110주년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등 기념일을 맞아 평양시내에서 열병식, 군중시위, 무도회 등 대규모 경축행사를 계속 열었다는 점도 이번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행사 준비를 위해 평양으로 유입된 물자가 평소보다 늘어난 데다, 행사 준비를 위해 각지로부터 수만명의 주민과 군 병력이 동원되면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커졌을 수 있단 이유에서다.
북중 간 열차교역이 아닌 해상교역을 통해 바이러스가 북한을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한 동안에도 남포항 등지에선 중국을 오가는 화물선이 계속 포착돼왔기 때문이다.
외부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중국·러시아 등과의 ‘비공개’ 인적 교류를 통해 바이러스 유입·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작년에 새로 지명된 왕야쥔(王亞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의 경우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 조치 때문에 아직 임지인 평양에 도착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간 주북 러시아대사관 등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북한 당국이 마련한 ‘특별열차’편 등을 이용해 귀국길에 오른 사례가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이날 주재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전국 모든 시·군이 자기 지역을 철저히 봉쇄하고 사업·생산·생활단위별로 격폐한 상태에서 사업·생산 활동을 조직해 악성 바이러스 전파공간을 완벽히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