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시민단체와 함께, 상대를 존중하면서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차별금지법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지난 10월 2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가 열렸다. 사실상 정치집회라는 찬반논쟁이 있었지만 차별금지법 반대를 비롯해 저출산 고령화 현상, 세대와 지역 갈등, 마약과 동성애 등 사회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의지를 보여줬다. 문제는 교회의 의지 표현을 한국 사회와 시민들이 어떻게 인식했느냐다.
한국교회의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에 대해 목회자와 사역자와 정치인이 대화의 자리를 가졌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 설립을 주도한 소강석 목사와 차별금지법 반대운동을 펼치는 조영길 변호사, 국회의원으로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고수한 이언주 의원(민주당)이 11월 10일 새에덴교회에서 만났다.
이날 새에덴교회는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를 초청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전략적으로 막아라’란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특강 후 소강석 목사는 조 변호사, 이언주 의원과 함께 ‘한국교회의 차별금지법 대응 방안’을 주제로 대화했다.
세 사람은 인연이 있다. 소 목사와 조 변호사는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을 때 2016년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이하 한동협)를 조직하고 공론화시켰다. 소 목사는 한동협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판사 출신인 조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의 문제를 법리적으로 풀어냈다. 조 변호사와 이 의원은 2018년 공영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 차별금지법 반대 발언자로 함께 나섰다. 이 의원은 새에덴교회에 출석하는 성도이자, 소 목사와 정치현안을 논의하는 사이다.
대화의 자리에서 이언주 의원은 조 변호사와 토론 프로그램 나섰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 의원은 “그때 상대 발언자들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며 우리를 무식한 사람으로 대했다. 변호사님이 차분하게 대응하셨다”며 “이런 문제는 흥분해서 과격하게 이야기하면 혐오감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이 의원에게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차별금지법안 발의 계획에 대해 질문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 논의가 있었는데 지금 발의한 법안은 없다. 현재 민주당은 실용주의 노선”이라며, “당장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사실 당이 집권하는데 도움이 안되고, 우리나라에 중요한 이슈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저는 보수적 자유주의자다. 가족공동체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라며, 민주당 내에서 차별금지법 문제를 설명하고 반대하는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길 변호사는 소 목사가 한동협 대표회장을 할 때 동성애 합법화 소송을 대리하면서 차별금지법 반대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미국 교회를 비롯해 다른 나라는 우리처럼 교회가 시민단체를 지원하고 협력해서 반대운동을 하는 모습이 없었다. 소 목사님의 한동협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소강석 목사는 “미국 교회가 클린턴 대통령 때까지 힘으로 막았다. 하지만 후속 대응 전략과 계획이 부족했다. 결국 교회가 밀렸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교회가 분명히 (반대운동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앞장을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회자가 전면에 나서면 국민적 동의를 받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략적 대응을 강조했다.
조영길 변호사는 특강에서 언급한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을 막아내는 것이 세계 교회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다시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지금 3만달러 소득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반대하고 있다. 유럽과 영국, 캐나다 그리고 미국도 넘어갔다. 차별금지법을 막아낸 최초의 국가가 돼야 한다”며 “우리가 막아낸 것을 해외 교회들에게 알리면 세계 교회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소강석 조영길 이언주 대담자들은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대응 방법은 △국회에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고 심의하는 위급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시민단체와 함께 전면에서 대응 △위급이 아닌 평시에 시민단체가 전면에서 의식개선 및 대응을 하고 교회는 뒤에서 협력 △교회는 차별금지법에 문제의식을 가진 정치인 및 시민단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사회 및 시민들과 차별금지법을 논의할 때 “차분하게 상대를 존중하면서 논리적으로 문제점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절대 평정심을 잃거나 편협하게 보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