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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광석 목사(동도교회)
옥광석 목사(동도교회)


말재주가 있다는 말은 ‘언변이 좋다’라는 말과 함께 좋은 의미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진실하지 못하고 임기응변에 능하다. 꼼수와 잔재주를 부린다’라는 뜻을 내포합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커디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따뜻함은 없고 유능함만 있는 것입니다. <어른답게 말합니다>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7년간 대통령의 글쓰기로 먹고살았습니다. 어른답게 말하는 방법은 첫째, 오락가락하지 않는다. 둘째,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 셋째, 징징대고 어리광 부리지 않는다. 넷째, 나답게 말한다. 더불어 자기 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하라고 저자는 권합니다.


목사는 평생 말로 먹고사는 업입니다. 설교로 교인들을 가르치고 설득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업입니다. 이 업을 천직과 소명으로 받은 자들입니다. 그러니 목사와 말은 뗄 수 없습니다. 평생 연구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설교는 목사에게 영광인 동시에 고통입니다. 한 편의 설교 작성은 피를 말리는 창작 활동입니다. 창의성을 갖추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는, 고단하고 피곤한 육체와 정신의 노동입니다. 강단에 설 때마다 두렵고 떨립니다. ‘실수하지 않을까, 잘못 전하지 않을까’ 입이 바짝바짝 마릅니다. 그래서 원고 설교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진심이 통하는 것이 설교’라고 늘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설교 잘하는 목사, 언변과 재주가 좋은 목사보다 진실하고 맘이 따뜻한 목사가 됐으면 합니다. 간혹 설교를 듣다 보면 과장된 예화, 객관성이 결여된 이야기, 논리와 설득의 부재, 지나친 애드리브와 임기응변, 불필요한 세상 이야기, 지나친 유머, 대중가요 부르기. 꼼수와 잔재주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재주를 부리는 설교를 간혹 봅니다. 유능함만 있고 따뜻함이 없고, 진실마저 결여된 설교입니다. 불편합니다.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설교입니다. 강단의 세속화입니다. 


어느 성인이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말로 꾸며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거나 아첨으로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이 드물다.” 강원국은 말합니다. “말재주는 뛰어나지 않아도 된다. 박식하지 않아도 되고, 청산유수 같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말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상대를 위한 따스한 마음이 있으면 된다.” 이런 진실하고 따뜻한 설교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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