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건축을 대하는 교회의 자세는 그 공동체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부산 온천제일교회(홍석진 목사)는 약 4년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지난해 부산시 동래구 온천6지구 1648평 부지에 지상 5층, 연건평 500평 규모의 새 예배당을 완공했다. 6·25전쟁 중에 천막예배당을 설치해 교회를 시작한 이래, 네 번째로 건축한 예배당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사이 교회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미얀마에 파송한 권혁주 선교사와 라이베리아에 파송한 엄진원 선교사를 통해 여러 곳의 학교와 직업훈련원 기능을 하는 기술센터 고아원 등을 설립했다.

일본 나고야지역 교회와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김치선교 등의 형태로 지원에 힘쓰는가 하면, 해외에 입양된 한인들을 섬기는 홈스테이 사역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수해는 물론이고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벌어질 때는 망설임 없이 난민들을 위해 거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난민 이주민 탈북자 등을 위한 사역에도 큰 열심을 발휘했다.

사실 예배당 건축은 그 자체에만 집중하기에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이토록 굵직한 사역을 함께 감당하는 것은 온천제일교회에 분명한 정체성과 지향점이 세워져 있지 않았다면 도저히 밀어붙이기 어려웠을 터다.

장차남 원로목사의 후임으로 2015년 온천제일교회 제10대 담임목사로 부임해 10년째 사역 중인 홍석진 목사는 “규모를 자랑하는 교회가 되기보다는 지역사회에 덕을 세우는 일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밝힌다.

실제로 온천제일교회는 환경문제나 장애인문제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이와 관련된 사역들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섬김과나눔위원회를 통해 현재 운영 중인 지역아동센터 외에도 다채로운 사역을 펼칠 구상들을 한다. 이처럼 교회 자체의 성장보다는 지역문화와 지역개발의 거점으로서 이바지하며 이웃들과 동반성장하는 ‘센터처치’의 역할을 감당하고픈 꿈이 크다.

새로 건축한 예배당에도 바로 이 같은 철학들이 담겨있다. 대예배실 등 교회만의 전용공간은 되도록 최소화하고, 결혼식 주민행사 등 이웃들에게 개방할 공유공간은 최대한 늘려 설계한 점이 눈에 띈다.

각종 특수사역들을 위한 공간들을 확보한 데 이어, 교회당 옥상에는 야외공연장을 설치해 이웃들과 더불어 즐기는 문화행사들을 개최할 방침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교회의 방침만을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다. 당초에는 널찍한 주차장을 확보해 주민들에게 개방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예배당 가까이에 사설 주차시설이 운영 중인 점을 고려해 이를 취소한 일이 있다.

또 한 가지 새 예배당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다음세대 사역에 큰 비중을 두고 건물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일단 주일학교 부서들을 위해 전용 예배공간은 물론이고 각자의 사무공간, 거기에다 분반공부가 가능한 여러 개의 소그룹실까지 구비했다.

예배당 활용 뿐 아니라, 교회 주보의 한 면을 교육부서 각각의 활동소개와 관련 소식 및 기도제목 등으로 채워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장년성도들이 교회 내 다음세대들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두고, 한 공동체로 결속하도록 만들어놓은 하나의 장치인 셈이다.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온천제일교회가 과거 개척 직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무궁화유치원’이라는 기관을 설립해, 어린 세대를 돌보고 키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오해의 소재가 있다. 온천제일교회가 이렇게 지역사회와 상생, 다음세대 사역 등을 강화하는 것은 순전히 현실적 필요나 시대의 흐름 때문일 것이라 추측하기 쉽다는 점이다. 사실은 이런 가치들을 추구하는 것이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본연의 사명을 수행하는데 더 가깝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홍 목사는 스스로의 그리고 온천제일교회라는 공동체의 좌표를 철저히 ‘개혁주의자’라는 위치에 놓는다. 그 기조 위에서 모든 세부사역의 성격과 방향이 결정된다.

‘말씀이여 왕성하라! 교회여 흥왕하라!’는 올해 온천제일교회의 표어는 언뜻 평범한 성장구호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정수인 개혁주의 신앙과 고백을 널리 확산시키는 공동체가 되자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표어를 뒷받침하는 사명선언문이 ‘복음을 지키자, 복음을 전하자, 복음으로 바꾸자’라는 구호로 이루어진 것도 이와 상통한다.

그래서 온천제일교회가 지향하는 목표들 중 하나는 ‘솔라공동체’다. 솔라는 개혁신앙의 핵심은 ‘오직’(Sola)을 지칭하는 것인 동시에, 주님께서 선포하신 세상의 소금(Salt)과 빛(Light)이라는 교회의 본질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함께 갖는다.

교회의 신앙고백이 단순히 선언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의 구체적인 사역으로 실천되어야 한다는 이 마음가짐은 온천제일교회의 내일을 더욱 기대하며 주목하게 한다. 개혁과 부흥이 함께 가는 교회, 진리와 사랑이 함께 가는 교회. 그 엄청난 파워가 새로운 공간에서 마음껏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