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쓰레기 같은 감정이 생겼어요. 분노와 보복감, 상실감, 아픔…. 거기에 ‘나는 선교사인데 왜 이런 감정이 들까’ 하는 생각에 자괴감까지 들고, 매일 눈물을 흘렸어요. 겨우 전쟁을 피해 몰도바로 피난을 갔는데, 몰도바도 피격을 당했어요. 그때는 머리끝이 폭발할 것 같고,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경험한 소평순 선교사(우크라이나)의 트라우마 고백이다. 우크라이나의 또 다른 여선교사는 피난길에 건강히 급격히 쇠약해지고, 잇따른 공습경보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시에라리온의 한 여선교사는 코로나19 감염으로 홀로 사경을 헤맸다.
선교계에서 선교사 위기관리와 멤버케어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총회세계선교회(이사장:박재신 목사, GMS) 독신여선교사들에 대한 적극적인 멤버케어가 요청된다. GMS 독신여선교사는 미혼과 홀사모를 포함해 총 101명. 한국교회 교단선교부와 선교단체들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독신여선교사들은 연령이 평균 50대 후반으로, 평균 사역 연수가 17∼18년에 달하는 시니어들이다. 가장 고참 선교사는 탄자니아에서 사역 중인 김선옥 선교사로, 사역 연수가 수십 년에 달한다.
전체 선교사들은 물론 독신여선교사들에 대한 멤버케어는 과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개선돼야 할 부분들이 있다. 한 시니어 여선교사는 “독신여선교사는 부부 선교사에 비해 위기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의논할 대상이 없다는 점, 내 편이 없다는 고독감, 외로움 등도 상대적으로 더 많다. 위기관리와 멤버케어에 있어 이런 점들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 목사안수가 없는 교단 특성상 목사 선교사와의 상대적인 비교 역시 독신여선교사들이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부부 선교사가 자녀 양육과 교육에 일정 부분 신경을 쓰는 것에 비해 독신여선교사들은 사역에 올인하고 성과도 상당하지만, 이를 인정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소평순 선교사는 “재정 후원도 부부 선교사에 비해 힘든 편이다. 최근 독신여선교사 두 분이 소천했는데, 한국에 거주할 곳이 없어 아픈 몸을 이끌고 여기서 한 달, 저기서 한 달 살다 가셨다. 차마 남들한테 이야기하지도 못해 기도제목으로 내놓지도 않았다”며 향후 은퇴 독신여선교사들을 위한 돌봄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GMS독신여선교사회(회장:소평순 선교사)는 ‘위기와 마음케어’를 주제로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선교대회를 연다. 독신여선교사회 선교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 행사로, 이번에는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회원들을 위로하고 위기극복 지혜를 찾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GMS 박재신 이사장과 김용국 여성전문위원장 등 GMS본부 리더십과 함께 위기관리, 멤버케어, 갈등회복 관련 전문가와 상담가들이 강사로 나선다.
강사 섭외와 프로그램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 중인 가운데, 독신여선교사회는 재정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상 선교대회는 재정 후원을 많이 해주는 목회자를 강사로 세우는 데 비해, 이번 선교대회는 멤버케어를 목적으로 전문 강사를 세우다보니 재정 마련이 더 힘든 것이다.
소평순 선교사는 “선교대회는 동병상련의 길을 가고 있는 선후배 선교사들이 사역을 나누고, 서로 기도하고 눈물 흘려주는 ‘시스터 케어’의 시간이다. GMS와 우리 교단의 소중한 자산인 독신여선교사들을 기억해주면 좋겠다”며 이번 선교대회에 교회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을 요청했다.(소평순 선교사:spsrukrai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