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전국 지방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내년 문을 닫는 전국의 초중고는 모두 33곳이었다. 그런데 전북에서만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9곳이 문을 닫는다. 광역지자체 중 가장 많다. 지난 5년 동안 전북에서 문 닫은 학교가 5곳으로 연 평균 1곳인 것과 비교하면 ‘폐교 쓰나미’로 느껴질 정도다.
갑자기 1년 사이 학생 수가 급감해서가 아니다. 전북의 초중고 학령인구는 2000년 약 33만 명에서 2010년 약 27만9000명, 2020년 약 19만6000명 등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문제는 ‘작은 학교 살리기’를 내세운 역대 교육감들이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조차 폐교하지 않고 휴교 상태로 내버려뒀다는 것이다. 내년 문을 닫는 초중고 7곳 중 3곳이 이 같은 ‘유령학교’다. 이들 학교는 학생이 전무한 상태로 1~5년 동안 학교명을 유지해 왔다. 되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름만 유지하며 부지 활용도 못하고 마을의 흉물로 전락했다.
학생이 없어도 폐교를 안 시키는데 학생이 있는 학교를 폐교시킬 수 있을까. 학생 수 10명 미만인 작은 학교 통폐합도 그 동안 교육정책에서 뒷전에 밀린 상태였다.
그러는 동안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2023년 기준으로 전북 초중고 770곳 중 40%가 넘는 310곳이 재학생 60명 이하로 교육부의 통폐합 기준에 부합한다. 재학생 10명 미만인 작은 학교도 25곳이나 된다. 올해 신입생이 아예 없는 곳 23곳이다.
지난해 취임한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은 도시 학생들이 주소를 옮기지 않고 농어촌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며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 일부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조례를 개정해 폐교 절차를 단순화했다. 친구 없이 교사와 단 둘이 교실을 지키는 학생에게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한 통폐합이라면 적극 추진하겠다는 자세다.
내년 문을 닫는 전북 부안군 백련초 학생이 쓴 ‘내 짝꿍’이란 시는 짧지만 지금의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난 우리 반에 친구가 없다. 나 혼자밖에 없다. 그래서, 선생님이 나의 짝궁이다. 근데, 나이 차이가 너무 난다.’
취재를 하며 폐교를 무조건 미루고 또래 친구가 한 명도 없는 학교를 유지하는 게 능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교육당국이 시에 담긴 작은 학교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그리고 ‘학령인구 절벽’을 외면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 및 그에 따른 통폐합 또는 살리기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